숲이 주는 금전적 가치, 재난지원금 10배도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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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답(答)을 찾다]<1> 주말엔 치유의 숲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숲을 찾고 있다. 숲에서 배출되는 음이온과 피톤치드 등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면역력 등을 높이는 치유인자로 평가된다. 산림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숲을 찾고 있다. 숲에서 배출되는 음이온과 피톤치드 등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면역력 등을 높이는 치유인자로 평가된다. 산림청 제공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앞장섰던 의료인과 자원봉사자, 보건당국자들이 숲에서 쉬면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박종호 산림청장)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이들이 지쳐 있던 지난달 20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국립공원과 자연휴양림 등 위험도가 낮은 실외 분산시설부터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이들은 기꺼이 숲을 찾았다. 18세기 미국의 시인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는 뉴욕의 도시계획을 맡았던 로버트 모지스에게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신건강을 위해 숲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 면역력을 높이는 산림치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다음 달 13일부터 10월까지 국립칠곡숲체원에서 코로나19 치료와 방역에 힘쓴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당일형과 숙박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대구파티마병원 의료진 20여 명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북 칠곡군 장애인시설 밀알사랑의집 입소자 등이 초청됐다. 이들은 길이 1.5km에 이르는 덱 길을 산책하며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유인자인 피톤치드, 음이온 등을 마음껏 쏘이게 된다.

국립대전숲체원도 ‘정서적 심리 안정과 심신 회복을 통한 업무 능률 향상’을 주제로 숲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의학계에서는 세계화와 도시화로 감염병이 재발하면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후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인류는 면역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대신 이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숲, 산림치유 등을 거론했다.

산림치유는 피톤치드와 같은 자연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햇빛과 경관, 온도, 피톤치드, 습도, 음이온 등을 활용한 명상이나 신체 활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면역력이 향상되는 인체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단 10분이라도 숲에 들어오면 스트레스의 생리적 지표인 혈압과 맥박이 낮아진다. 게다가 면역력까지 높아져 이른바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2009년부터 ‘산림치유’를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삼았다. 현재 전국에는 28개의 치유의 숲과 국립산림치유원이 있다. 지난해 186만 명이 이곳을 방문했으며 여기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산림청은 코로나19가 크게 수그러들면 활력 재충전과 면역력 향상을 위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 모두에게 연간 428만 원의 혜택을 주는 숲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달 국내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분석해 221조 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산림으로부터 1인당 연간 428만 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이 1인 가구를 기준으로 4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산림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공익적 가치는 2014년(126조 원· 1인당 249만 원)과 비교할 때 95조 원(약 76%)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가 요인이 입목(立木) 부피의 증가는 물론이고 나무 대체 비용의 상승, 도심 숲 증가, 산림 휴양, 치유 기능 강화 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숲과 나무를 잘 심고 가꿔 그만큼 공익적 가치도 늘었다.

숲을 만나기 위해 도시 거주민들이 차량을 타고 교외 등 외곽으로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도시에도 숲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도심 숲은 콘크리트 장막에서 삭막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청정의 허파를 제공하고 있다. 산림청은 ‘숲의 도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니 숲도 도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들은 도심 숲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생애주기별 테마 숲 사업’을 추진해 왔다. ‘모든 시민이 유아에서 노년까지 녹색복지를 누린다’는 취지로 조성했다. 숲의 테마를 유·아동기와 청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 등으로 구분해 운영한다. 태교숲은 태아가 피톤치드나 음이온 등 산림치유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 체험의 숲은 모험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치유의 숲은 장년들이 쉼과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시공원과 도시자연공원 등 73곳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산림 정책이 과거에는 나무 심기, 병충해 방지, 산불 진화 등에 집중했다”며 “앞으로는 숲을 활용해 인류가 더욱더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산물을 활용해 건강을 지키고 숲에서 휴양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꼭 필요한 목재 등도 숲에서 나온다. 숲에 모든 답(答)이 있다.

○ 숲에서 열리는 조리 행사 ‘포레스토랑’

산림청과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6월 전국 국립자연휴양림에서 ‘건강을 지키는 숲속 요리교실 포레스토랑’을 운영한다. ‘포레스토랑’은 Forest(숲)와 Restaurant(레스토랑)의 합성어. 건강한 식재료인 임산물을 활용해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숲에서는 숲 요리’라는 주제로 마련된 행사다.

행사는 30일부터 6월 27일까지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행사 장소를 바꿔 전북 무주 덕유산과 강원 강릉 대관령, 경남 남해 편백, 충남 서천 희리산 등의 자연휴양림에서 잇따라 열린다. 참가자들은 버섯과 산나물, 견과류 등을 활용해 요리사들에게 조리법을 배우고 직접 요리를 먹어보기도 한다.

참가 신청은 국립지연휴양림관리소 ‘숲나들e’ 누리집을 통해 참가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e메일로 제출한다. 덕유산에서 열리는 첫 행사는 산불 진화 유공자와 코로나19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국임업진흥원이 선정한 임산물 대표 브랜드인 ‘청정숲푸드’가 요리에 활용된다. 버섯, 산나물, 천마 등이 등장한다. 휴양림관리소는 행사를 마친 뒤 임산물 조리법 책자를 제작해 배포하고 임산물 소비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공동기획: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숲에서 답을 찾다#코로나199#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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