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이용료 400원’까지 적는 단체도 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7일 03시 00분


[정의연 논란]정의연과 비슷한 규모 2곳 보니
정의연보다 인력 적은 ‘시민모임’… 기부금 지출 내역 실명으로 꼼꼼
외부 회계감사 자청 ‘승일희망재단’… ‘법인인감 10통 발급’도 기재해

‘나○○ 1000원, 이×× 3000원, 이△△ 5000원….’

대구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이 6일 홈페이지에 올린 ‘4월 후원금’ 내역이다. 1만 원 이하인 기부금도 기부자 이름까지 빠뜨리지 않고 올렸다. 2013년 5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시민모임은 이듬해 1월부터 매달 기부자 명단과 금액이 빼곡히 적힌 내역을 공개해 왔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어느 NGO(비정부단체)가 활동 내역을 공개하고 공시 내역을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기부금 세부 내역 공개 요구엔 “가혹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의연과 비슷한 규모의 비영리법인 시민단체 2곳을 비교해 보니 소규모 기부나 지출까지 명확하게 외부에 공개했다.

시민모임은 국세청 홈택스에 올린 2014∼2019년 공시 자료에도 기부금 및 지출 비용과 관련해 실명이나 상호명 등을 금액과 함께 월별로 표기했다. 지출 내역을 쓸 때도 ‘○○○(대표 지급처) 외’라고 정확하게 기재했다. 정의연은 ‘외’ 표시 없이 한 주점 명의로만 비용 3300여만 원을 올렸다가 “기재 실수”라고 해명했다. 정의연은 부족한 인력 탓도 했지만, 시민모임은 지난해 기준 정의연(9명)보다 적은 8명이 활동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 등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지원하는 ‘승일희망재단’도 마찬가지다. 재단 직원은 상임이사를 포함해 5명인데,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수입과 지출 내역을 자세하게 공개한다. 올해 2월 재정 내역을 보면 5000원 기부도 빼놓지 않았다. 지출 내역도 ‘2월 25일 법인카드 SMS 이용료 400원 지출’ ‘2월 6일 법인 인감증명서 10통 발급’ 등까지 기재했다. 승일희망재단은 정의연과 마찬가지로 자산 규모가 100억 원이 안 돼 외부 회계감사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18년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한다.

재단 관계자는 “물론 직원들이 회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외부 감사를 받고 보고서를 공개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평범한 시민들이 어렵사리 기부한 돈인 만큼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위안부 피해자#시민모임#정의연#승일희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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