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재조사’ 논란에…檢 “비망록 사법판단 받았다” 강력 반발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20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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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한 전 사장의 비망록은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으로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한 전 사장의 비망록을 근거로 보도됐던 강압수사 논란 등 각종 의혹을 하나씩 열거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해당 논란이 불거진 데에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시했다.

20일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비망록의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고 관련해 아무런 의혹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사팀은 “법원은 1~3심 재판에서 위 문건(한 전 사장 비망록)을 정식 증거로 채택하고 다른 증거를 종합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그 내용을 모두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전 사장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통상의 노트에 ‘‘참회록, 변호인 접견노트, 참고노트, 메모노트’ 등의 제목을 붙인 후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려는 계획 등을 기재했다”며 “한 전 사장은 이를 법정에서 악용하기 위해 다수의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한 전 사장이 비망록이 공개되며 제기된 검찰의 회유 협박 등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재판부는) 한 전 사장의 노트에 기재된 의혹을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해 검사가 작성한 한 전 사장의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한 전 총리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서 그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해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먼저 ‘검사가 한 전 사장에 굴욕감을 주고 허위의 증언을 암기시켰다’는 보도에 대해 “한 전 사장이 부모와 접견할 당시 나눈 대화는 매우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사장은 2010년 8월 구치소에서 부모와 접견할 당시 ‘(검사님이) 저한테도 잘 해주시고 분명히 재기할 수 있다고 그분한테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 ‘수사관님도, 그 안에서 다들 잘들 해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수사팀은 “검사의 수사에 굴욕감을 느끼고 허위증언 암기를 강요당했다는 사람이 부모와의 대화에서 검사와 수사관에 호의를 표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사장이 2010년 12월 법정에서 기존의 검찰 진술을 번복하면서도 검사의 수사에 관해서는 ‘검찰에서는 강압수사나 증인을 힘들게 하거나 한적 없다. 편안한 상태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도 한 전 사장의 진술과 관련해 ‘한 전 사장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전제했으며, 한 전 사장 진술의 진정 성립과 임의성을 긍정했다‘고 판시했다고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한 전 사장이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곤란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찰에서 허위 또는 과장, 왜곡된 진술을 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 역시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6억원을 한 전 총리가 아닌 친박계의 다른 정치인에 주었다‘고 기재된 것을 근거로 검사가 다른 정치인에게 전달한 돈을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진술하라 강요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진술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한 전 사장이 구치소 수감 중에 자신의 노트에 6억원을 다른 정치인에게 줬다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금품의 사용처를 허위로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며 이 노트 역시 법정 증거로 제출돼 한 전 총리에게 6억원을 포함한 9억원 모두를 전달한 것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검찰 측은 주장했다.

한 전 사장을 70회 가량 불러 조사했음에도 조서는 5번만 작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 전 총리 외에 은행원 등 다른 사람에게 금품을 공여한 사실이 기재돼 확인하며 그 신빙성을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소 후 공판과정에서 한 전 사장을 부른 이유는 “한 전 총리 측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기소된 후에 법원에 새로운 주장을 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라며 “법정에서 비로소 접할 수 있었던 피고인들의 주장과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환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한 전 사장을 소환조사한 것은 증거수집 및 공소유지와 관련해 그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소환 횟수와 조서작성 횟수만 비교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검사가 한 전 사장의 부모를 만나 한 전 총리에 대한 진술을 하라고 겁박해 허위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취지의 보도 역시 “한 전 사장의 부모님이 한 전 사장의 위증(진술번복)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경위를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총리를 사법농단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망록에는 당시 검찰이 어떻게 거짓진술을 강요하고 겁박했는지 낱낱이 나온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게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재조사를 촉구했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향한 현안 질의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불법 내지는, 국가 권력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법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일탈 행위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 검찰 수사관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추 장관은 “우선 과거 수사 관행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국민들도 이해하고 있고, 어제의 검찰과 오늘의 검찰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개혁의 책무가 있다”며 “풍토를 개선하는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인 정밀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재판도 오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이 말한 사건의 사실관계나 수사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의혹 제기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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