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갔던 불법체류 30대, 9일밤 부천 나이트클럽도 들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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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News1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News1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베트남 출신 외국인이 진단 검사 전 나이트클럽과 호프집 등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 1일 정부가 불법 체류자도 추방 등 법적 조치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례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기 부천시 등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에 사는 베트남인 A 씨(32)는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이달 1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을 다녀왔다. 그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9일 오후 7시 30분 경기 부천시 오정동의 친구 집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32명이 모였다. 이후 자리를 옮겨 당일 오후 11시 48분부터 10일 오전 12시 34분까지 부천의 ‘메리트나이트’를 방문했다. A 씨는 나이트클럽을 나와서는 친구들과 인근 호프집, 노래방을 들러 오전 5시 부평역을 거쳐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부천시에 따르면 A 씨가 나이트클럽에 있을 당시 약 250명이 있었다. 부천시는 이들의 신원을 파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A 씨에게 인후통 증상이 나타난 건 12일.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평소처럼 생활한 A 씨는 15일 부천시 지인 집을 방문한 뒤 부천보건소로 이동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17일 오전 A 씨의 한국인 직장동료(43)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불법 체류자로 한국어가 서툰 A 씨를 방역당국이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었던 데에는 경기 광주경찰서 소속 이보은 경장(34·여)의 역할이 컸다. 이 경장은 베트남 출신으로 귀화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익명 검사가 가능해 A 씨는 부천보건소에 연락처만 남겼다. 다음날 A 씨가 확진되자 방역당국은 A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A 씨는 강제출국을 우려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때 이 경장이 베트남어로 ‘처벌받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며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이 경장의 설득에 A 씨는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응했다. 앞서 1일 보건당국은 불법체류자가 강제 출국조치를 당하지 않고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익명 검사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한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학원강사(25)가 이용한 택시 기사 부부도 추가로 감염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남동구 서창동에 사는 개인택시 운전사 B 씨(66) 부부가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는 4일 오후 5시경 자신의 택시에 인천 학원강사를 태웠다. B 씨는 16일부터 기침과 인후통 증상을 보였다. B 씨의 부인(67)도 호흡기 이상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13일 동안 택시를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B 씨의 택시를 타고 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승객 143명의 신원을 확인해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B 씨 부부가 접촉한 가족들은 거주지 자치단체에 명단을 통보했다. 또 이들 부부와 만난 지인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인천 학원강사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8일 오후 6시 현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173명이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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