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기부하라고?…“필요하다” vs “사실상 강요”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3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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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지원금 전국민 지급, 고소득층 기부 유도"
시민들 "기부 각자 선택할 일 정부 요구는 강요"
"여유 있으면 필요한 데 기부해야" 기부 의사도
"선거한 뒤 일주일, 서민에겐 시급한 문제" 호소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층에게는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3일 뉴시스와 만난 최모(24)씨는 “전 국민 지급은 양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만큼 100%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자발적 기부’는 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 지도층이 각자 선택할 일이 아닌가 싶다”며 “정부가 저렇게 나오는 것은 사실상 강요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 도봉구에서 만난 이모(43)씨는 “재난지원금을 받았다가 다시 내놔야 한다는 말이냐”며 “줬다 뺐을 거면 차라리 안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발적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생 허모(23)씨는 “사회 지도층의 기부는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며 “정부가 기부를 유도하고 돕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들은 기부 문화가 자연스러운데 우리나라도 그 길로 가는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34)씨는 “현실적으로 빨리 지급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대신 여유가 있다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나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55)씨는 “기부를 유도하든 안하든 지금 이야기하는 게 긴급재난지원금은 맞는 거냐”며 “주는 사람들은 전혀 긴급해 보이지 않아서 참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강씨는 “선거 치르고 일주일이 넘었는데 국회에서는 아직도 말싸움만 하니 서민은 힘들다.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세액공제를 통해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겠다는 절충안을 냈고,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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