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노인들 “갈 데도, 할 일도 없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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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종교기관 문 닫아 무료함 호소
경상감영공원·달성공원 등 인적 끊겨 한산
마스크 쓰고 홀로 공원 걷는 게 유일한 일과
"이럴 때일수록 안부 연락 등 각별한 관심 가져야"

“매주 교회 가서 예배하고 사람들 만나는 게 낙이었지예. 지금은 할 일도 없고, 특별히 갈 만한 곳도 없습니더.”

19일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서 만난 김정옥(82·여)씨는 “사람 모이는 곳은 절대 안 간다. 마스크 끼고 공원에 나와 걷는 게 유일한 일과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외출 자제 권고로 대구 지역 노인들이 무료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경상감영공원 인근 상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곳으로 가격이 저렴한 식당, 카바레, 사우나 등이 많다.

이곳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보통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와 시간을 보낸다”면서 “이 일대 가게들이 영업을 안 한 지 한 달이 돼 간다”고 설명했다.

인근 식자재 가게 직원도 “요즘 이곳은 저녁 6시 무렵이면 적막강산이 된다”라며 “그나마 이번 주부터 상점이 한두 곳씩 문을 열고 있지만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답답함을 표현했다.

공원에 나온 노인들은 ‘여기라도 오지 않으면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 달리 디지털기기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보건복지부 권고에 따라 구·군 노인복지관과 노인일자리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대부분 지역 개신교회와 불교 사찰도 종교 예식을 멈췄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역시 미사를 무기한 중단했다.

공원에서 만난 김병우(86)씨는 “여기 카바레를 종종 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았더라”며 “문을 열어도 당분간 갈 생각이 없다. 이제 사람 많은 곳은 겁이 난다”고 했다.

하진봉(77)씨는 “식당도 문을 열지 않아 도시락 싸서 나온다”며 “가끔 교회에서 나와 빵이나 우유 같은 간식도 나눠주는데 요샌 그조차 없다”고 말했다.

중구 달성공원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전부터 집을 나선 노인들은 입구에서 손 소독제를 바르고 공원에 들어와 하염없이 걸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75)씨는 “원래 친구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게 낙이었다”면서 “지금은 다른 도시로 나가는 건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은 당연히 외출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계속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달성공원 인근 한 교회의 담임목사는 “예배를 드리지 않은 지 벌써 몇 주나 지났다”며 “어르신들이 걱정되지만 만날 수 없으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안부 전화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래 주말마다 교회 앞에서 커피 나눔 봉사를 하는데, 노인들이 매번 100명은 온다. 지금의 텅 빈 거리가 낯설고 안타까울 따름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시는 오는 28일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자는 내용의 328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은 “노인들은 자기발전을 위한 활동이나 혼자 노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상황이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라며 “가족과 지인이 전화로 꾸준히 안부를 묻는 등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라고 짚었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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