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장에서 80분이라는시간에 쫓기며 정해진 45문제를 풀고 OMR 용지에마킹을 해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하는데, 모든 시험에는 그 나름의 목적과 의도, 그리고 시험으로서 갖는 형식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몸이 민첩하고 운동 감각이 있다고 해서, 모든 종목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 국어 시험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우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공부할지가 명확해진다. 수능 국어 시험은 단순히 깊이 있게 생각하는 능력(독해력·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정해진 규칙에 따른 일종의 ‘게임’에가깝다. 그것은 고등학교 교육 과정이 정한 학습의 목표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한 일반적인 고3 학생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을 표준화하여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행스럽게도 수능 국어 시험은 상당히 한정되고 유형화된 지문의 구조와 출제 항목들을 갖게 된다.
독서 지문에 대처하는 법 예를 들어 최근에 난도가 상승한 독서 부분의 지문들도 얼핏 매우 다양해 보이지만 ‘문제점(P)→해결(S)’, ‘의문(Q)→답변(A)’, ‘(비교·차이를 통한) 이항 대립’이라는 단순한 형태를 기본 구조로 한다. 중등 교육 과정, 혹은 대학 입학 후에 학생들이 접하게되는 가장 일반적인 글의 유형과 그 글이 담고 있는생각의 질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제재별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세부 서술 방식이 더해진다. 가령 최근에 고난도 단골 출제 제재인 경제지문들이라면, 경제적 지식의 일반적 성격을 가장잘 보여 줄 수 있는 조건문(“이럴 때, 이럴수록 이런현상이 일어난다”)이나 과정·단계에 의한 서술 방식을 활용한다. 제재별 성격을 드러내기에 효과적인 서술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지문에서 채택한 서술 방식에 입각해 내용을 잘 읽어냈는가’를 겨냥한 문항이 출제된다. 평가자가 일정한 목표에 따라 지문을 설계하고 문제를 조립해 낸다는 원칙만이해하고 있다면 시험으로서의 국어에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문학 작품에 대처하는 법문학 부문에서는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즉 ‘태도’를 묻는 질문이 출제 1순위를 차지한다. 이유는간단하다. 문학의 교육 목표가 ‘문학 작품을 통해 인생을 대리 체험한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에는 답의 객관성에 대한 소송이나 이의제기가 번해지면서, 문학에서 애매하거나 주관적인 판단이개입되는 부분들을 묻지 않고 글자 그대로의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문항을 출제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든가 해석 등과 같은 주관적인 부분을 전혀 묻지 않고, 지문에서 글자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일치만을 묻는 유형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문항들이 오히려 실제 시험에서는 오답률이 높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왠지 문학에서는 감상이나 해석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 관념이 있어서 팩트체크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러한 간단한 규칙들을 이해한다면 한국인으로서의 국어 능력을 수능 국어 시험에 맞게 최적화시킬수 있다.
우리는 평가원이 요구하는 규칙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다음 글을 정확히 읽고, 물음에 빠르게 답해야’ 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능 국어 학습의 삼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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