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끊기고 자격시험 연기… 취업 준비할 것도 없어 한숨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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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코로나에 실종된 ‘취업의 봄’
코로나 끝나도 시장 풀릴지 미지수… 취준생 카페엔 정보 대신 걱정만
기업들도 코로나 파장 가늠 안돼 “경영 올스톱 상황 채용도 불확실”
삼성전자 “채용일정 연기 검토중”

취업준비생 이모 씨(22·여)는 “올해 상반기는 물 건너갔다”고 말하면서도 하루 종일 온라인 취업 정보카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고 했다. ‘채용 문이 닫혀 걱정’이라는 한숨들 사이에 혹시라도 취업 공고가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기다리는 소식은 보이지 않고, 토익(TOEIC), 텝스(TEPS) 같은 취업에 필수인 시험들이 잇달아 취소되기만 해 걱정이다. 이 씨는 “학원, 식당 등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마저 끊겨 수입이 없어진 취업준비생도 주변에 흔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취준생 신모 씨(26)는 요즘 갈 곳이 없다. 개강은 미뤄졌고, 중앙도서관뿐 아니라 국립도서관도 잠정 휴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상반기 공개채용을 목표로 지난해 11월부터 꾸린 취업 스터디는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미루면서 흐지부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 밖을 나서기가 겁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삼시세끼를 먹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가족 누구도 탓하지 않지만 스스로 위축돼 눈치가 보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기업 상당수가 공개채용 규모 및 일정을 잡지 못하자 취준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시적 채용 일정 연기가 아니라 경영 위기에 따른 신규 채용 절벽이 실제로 닥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3월 11일 공채 공고를 냈던 삼성은 올해 주요 계열사 모두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측은 “채용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채용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는 최소한의 연구개발(R&D) 인력만 수시 채용할 예정이라 올해 공채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 안팎에서는 전년 대비 그룹 전체 채용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10대 그룹 중에는 이날 주요 계열사 채용 공고를 낸 포스코와 이달 말 공채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SK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언제 공채 일정을 시작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4만3266명이 지원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공채 필기시험(당초 3월 말 예정)은 4월 25일로 약 한 달 연기됐고, 부산교통공사는 지난달 예정했던 공채 필기시험을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미루겠다고만 밝혔다.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대학생 정모 씨(24)는 “각종 자격증 시험과 공채 일정이 겹치지 않게 계획을 짰는데 지금은 다 엉망이 됐다. 나중에 재개돼도 일정이 겹치면 어쩌나 걱정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채용시장 한파는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기업들이 “올해 경영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신입사원 공채는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하반기에 전 계열사 공채를 진행한 신세계그룹은 채용 일정 및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통기업들은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올해 채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채용 한파가 뚜렷이 드러났다. 설문에 응한 126개 기업 중 32.5%가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43.6%)되고, 회사 내부 경영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34.6%)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 기간은 2월 5∼19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다. 대기업 고용 사정이 이번 조사 결과보다 훨씬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서동일 dong@donga.com·임현석·서형석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취업#채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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