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부품대란 현실화… 현대·기아차 일부 라인 생산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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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국내 산업 ‘코로나 쇼크’ 비상

쌍용자동차에 이어 현대·기아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날부터 중형 세단인 K5와 K3, 소형 트럭인 봉고를 생산하는 화성·광주공장에서 감산에 돌입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통합배선 장치인 와이어링 부품의 공급이 끊기면서 생산 라인은 가동하되 조립하는 차체의 투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을 총괄하는 하언태 사장도 이날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 상황”이라고 공지했다. 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울산·아산·전주공장 등에서 휴업을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오후부터 구체적인 휴업 방안을 논의하는 실무협의에 들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4일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쌍용차는 평택공장의 가동을 4∼12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생산된 와이어링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는 재고를 통상 일주일 치 정도만 확보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이 9일까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연장하면서 이 부품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다 보니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차량 모델별로 재고를 확인하면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4일 혹은 5일까지밖에 재고가 없는 차종도 많아 생산 중단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차는 주문이 밀려 있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최근 출시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SUV GV80 등은 대체 공급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위기 극복에 노사가 따로일 수 없다”며 “사측이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면 노조는 품질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만회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가 3일 휴업 일정에 쉽사리 합의하지 못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 측은 휴업 기간에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겠는 입장이지만 노동조합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멈춘 공장을 10일부터 재가동할 예정이지만 춘제 연휴가 더 길어질 경우 상황은 불투명하다. 특히 건조기, 세탁기 등 신제품 일부가 중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향후 생산 재개 시 음극재 등 배터리 필수 소재의 확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공장 재가동에 나서도 기업들이 확보한 원재료는 최대 1개월 분량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 내 2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의 ‘셧다운’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 공장을 올해 1분기(1∼3월) 본격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의 공급 중단으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국내 다른 부품업체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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