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모른 채 전국 다닌 12번째 확진자 …영화관 등 다중시설 활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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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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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에도 CGV 부천역점에서 영화를 봤는데…”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24·여)는 2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시종일관 불안해했다.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그런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으니 잠이 안 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화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12, 14번째 확진자인 중국인 부부가 지난달 20, 26일 두 차례나 방문했다.

중국인 남성 A 씨(49)가 1일 12번째 확진자로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일 자가 격리하던 그의 부인도 14번째 확진 판정을 받으며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부부는 열흘 넘게 주거지역인 부천시는 물론 서울과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일 이들의 동선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물밀 듯이 쏟아졌다. 부천 시민들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설 연휴에 그 영화관에 갔는데 어쩌면 좋냐”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관광 가이드인 A 씨는 최근 일본을 방문했다가 2차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문제는 A 씨가 20일부터 이미 근육통 등 신종 코로나 초기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점이다. 배우자와 함께 서울을 비롯해 강원 강릉시와 경기 수원·군포시 등을 방문했다. 보건당국의 방역 망을 벗어나 11일 동안 외부에 노출됐다. 특히 부부는 하루에도 수만 명이 오가는 영화관과 면세점 등을 이용해, 자칫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들이 거주하는 경기 부천시는 A 씨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시내에서 밀접접촉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4곳이나 확인됐다고 밝혔다. CGV 부천역점을 비롯해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속내과의원, 서전약국이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12번째 확진자인 A 씨와 14번째 확진자인 배우자는 대부분의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1일 이들 부부가 다녀간 업소 등에 통보해 대부분 방역을 마친 상태다. 지난달 20일과 26일 방문했던 CGV 부천역점은 이날 오후 6시 반경 당시 영화를 관람하던 고객 120여 명에게 환불을 약속하고 상영을 중단한 뒤 귀가시켰다. 시 관계자는 “부부가 영화를 관람한 CGV 부천역점 8층 4관과 5관, 화장실, 안내데스크, 이동통로, 자판기 등을 전부 소독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신라면세점도 2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신라면세점은 1일 오후 A 씨가 지난달 20, 27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보건당국으로 통보받고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서울점은 신종 코로나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한 뒤 전문 방역을 진행해왔다”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임시휴업을 하고 추가 방역을 할 계획이다”라 말했다.

강원도와 강릉시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22일 오후 1시경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한 뒤 음식점 2곳과 커피숍에 들렀다. 썬크루즈리조트에서도 숙박했다. 이틀간 택시를 두 번 이용했으며, 23일 오후 12시 반경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다시 탔다.

썬크루즈리조트는 2일 신종 코로나 살균 및 환경 소독을 위해 임시휴업하겠다고 밝혔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당분간 외국인 예약도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강릉시는 부부가 방문했던 장소를 포함해 여러 공공장소를 소독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탑승했던 택시는 물론 택시 1291대와 시내버스 131대 등 대중교통도 긴급 소독을 실시했다. 노인복지시설 등은 6일까지 이용 중지한다.

강원도와 강릉시는 역학조사를 진행해 밀접 접촉자 9명을 자가 격리시켰다. 또 20여 명은 일상 감시자로 규정해 증상이 발생하면 즉각 알리도록 했다. 2일 오후 4시 현재 접촉자 가운데 의심 증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해=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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