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살인’ 징역 45년…역대급 형량 어떻게 나왔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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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한날 2명 살해한 30대 중국동포
첫 피해자 살인 범행 대해 무기징역 선택
심신미약 인정…유기 최고 징역 30년으로
두번째 피해자 있어 경합범…2분의1 가중
법원 "내부망서 징역 45년 사례 확인 안돼"

하루 동안 2명을 무참히 살해한 남성에게 최근 1심 재판부가 징역 45년형을 선고했다. ‘45년’은 현재까지 민간 법원에서 내려진 유기징역형 중 최고형으로 보인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살인 혐의를 받는 중국동포 김모(30)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10년 간의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과 함께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김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 5월14일 오후 6시47분께 같은 고시원에서 지내던 A씨(52)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 A씨를 살해하고 나와 불과 약 5시간 뒤인 오후 11시30분께 금천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술을 마시던 중 처음 본 사이인 B씨(32)에게 흉기를 휘둘러 죽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2명에 대한 김씨 범행 중 A씨 살해가 범죄 정황이 더 좋지 않다고 봤다. 김씨는 같은 고시원 옆방에 거주하는 A씨와 방음 문제로 서로 벽을 치고 욕설을 하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고, 범행 당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일단 A씨 살인 혐의에 대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250조 1항을 적용했고 이중 무기징역을 선택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씨 정신감정 결과 ‘조현병 스펙트럼이 있고, 사물 변별력이 저하된 상태’라는 의견을 받았다며 “정신적 장애가 범행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형법 제10조 2항, 이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한다’는 형법 제55조 1항을 적용해 무기징역에서 유기징역으로 감형했다.

그런데 김씨는 2명을 살해했기 때문에 경합범이 된다. 형을 가중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는 형법 제38조 1항2호를 적용,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결국 김씨에 대한 1심 선고는 ‘A씨 살해로 인해 무기징역→심신미약이 인정돼 유기징역 상한선인 징역 30년으로 감형→B씨 살해로 인한 경합범으로 2분의 1인 징역 15년 가중’의 순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유기징역형이 공교롭게도 ‘감형’으로 시작돼 내려진 것이다.

형법 제42조는 유기징역의 경우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하되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45년형이 굉장히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전례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는 (민간법원에서 45년형을 선고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간 법원은 아니지만 2014년 10월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이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 가해자 이모 병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피해자 유가족들은 지난 28일 판결 이후 법정 앞에서 김씨 가족들에게 “내 동생은 죽고 없는데 왜 저 사람은 우리 세금으로 밥을 먹고 사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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