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011, 왜 바꿔야 하나요”…헌법소원 이번엔 통할까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19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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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01X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제도를 지난 2014년1월1일부터 전격 시행함에 따라 당시 01X 번호 사용자들에게 번호변경 안내를 하고 있는 모습.  2013.12.1/뉴스1
정부가 01X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제도를 지난 2014년1월1일부터 전격 시행함에 따라 당시 01X 번호 사용자들에게 번호변경 안내를 하고 있는 모습. 2013.12.1/뉴스1
011을 비롯해 017, 018, 019 등 01X 번호 사용자들이 헌법재판소에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지속적으로 관련 소송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패하거나 기각됐기 때문에 이번 헌법소원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01X 번호 지속 사용을 위한 헌법소원을 진행하기로 하고 현재 소송인단을 꾸리는 중이다. 운동본부 측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010 번호통합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기존 01X 번호 사용자들은 ‘한시적 번호이동’이나 ‘01X 번호 표시안내 서비스’를 거쳐 스마트폰 교체와 함께 종전 01X 번호 대신 010 신규 번호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가족과의 추억’이나 ‘영업 경쟁력’ 등 다양한 이유로 01X 번호변경을 거부했고, 현재까지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나 통신사에서 순차적으로 2세대(2G)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치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고 본인이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고 우겨도 3G나 LTE, 5G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기존 번호는 소멸되고 010 번호가 할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01X 사용자들은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이 (번호를 계속 사용할)개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2013년 최종 패소판결을 받았다. 당시 헌재는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01X 사용자들은 KT가 2G 서비스를 종료할 때도 ‘01X 번호는 개인의 사적 재산인데 이를 통신사나 정부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번호 자원은 사적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와 KT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소송은 대법원 심리까지 진행됐지만 이용자들이 모두 패소했다.

최근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 때도 01X 사용자들은 역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기각’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따라서 이번 헌법소원은 심리를 아예 거절하는 ‘각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지만 01X 사용자들은 ‘01X 번호 사용에 대한 권리를 최대한 주장하겠다’며 소송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에 대한 항소도 함께 제기한다.

01X 번호 사용자들의 개별 사연을 차치하더라도 당시 주무부처였던 방송통신위원회의 010 번호통합 정책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010 번호통합 정책의 가장 큰 원인은 011, 018, 019 등의 휴대폰 식별번호가 통신사를 상징하는 번호처럼 자리매김하면서 번호가 통신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실제 SK텔레콤의 경우 ‘스피드 011’이라며 번호 자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번호 때문에 특정 통신사를 기피하거나 특정 통신사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등 이용자 차별적 이슈도 있다고 당시 방통위는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후발 사업자가 경쟁에 불리하다고 해서 이미 사용하던 01X 번호를 일괄 통합하기로 한 것은 결국 절대 다수 통신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재 6500만명 가량의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중 99%는 010 번호로 이동한 상태지만 아직 남아있는 01X 번호 사용자는 “정부가 특정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번호 통합 정책을 강행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중이다.

SK텔레콤 1심 소송 원고 대표를 맡았고 현재 헌법소원도 추진하고 있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박상보 매니저는 헌법소원을 알리는 글에서 “이번 소송(SK텔레콤 항소)에서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며 헌법소원 역시 각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적어도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고 01X 사용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데까지 최대한 모든 것을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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