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오보 기자 출입금지, 의무 아냐” 해명에도 논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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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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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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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오보를 쓴 기자의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새 공보기준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의무사항이 아니라 재량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론 보도의 자유와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법무부는 31일 “출입제한 조치는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명백하게 실제로 존재해야 검토 가능하다. 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오보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운영 실무를 토대로 각급 검찰청과 출입기자단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합리적으로 마련돼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전날 ‘사건관계인, 검사,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 종사자에 대해서는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또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검사나 수사관들이 기자를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자의 검사실 출입도 금지했다. 사실상 검사 등의 언론 접촉을 봉쇄한 것이다. 피의자 등의 공개 출석을 폐지해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도 사라지게 됐다.

규정은 법무부 훈령이라 입법예고 없이 장관 권한대행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의 서명으로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부는 관련 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법무부는 언론 통제 시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법무부의 이번 훈령은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이 훈령이 시행되면 수사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크게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오보에 대해 명확히 규정조차 하지 않고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해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법무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검찰 권력에 대한 언론 감시 무력화하는 출입 제한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되는 조항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며 “오보의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검사, 수사 업무 종사자 등이 언급된 것을 보면 누가 판단할지는 짐작이 간다”고 전망했다.

이어 “검찰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고, 검찰의 입장만 대변하는 언론 길들이기 내지는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비판을 받는 재벌과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봐 주기 수사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언론에 대고 ‘조국 복수’를 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이 사퇴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언론을 대대적으로 탄압을 한다. 오보에 대한 최종적 판단 주체는 사법부임에도 자의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다). 법무부가 21세기 법무부가 맞는지 묻고 싶다”라고 비판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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