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우리나라 방위산업이 도약과 퇴보의 갈림길에 놓였다. 무기개발 예산확대로 도약의 기회가 왔지만 과거의 규제 일변도 제도가 방위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수많은 동맹국에 무기를 수출하며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 방위산업 모델에 비하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주국방은 물론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방산 부문이 풀어야할 숙제를 짚어본다.
각 기관들이 보유한 기종을 보면 싼 것을 거의 일방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수리온의 대당 가격은 200억원 안팎이다. 각 관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중 수리온보다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진 기종은 미국 시콜스키 제품(S-92), 프랑스 AH제품(EC-225) 등 뿐이다.
그 외는 제원을 막론하고 대부분 수리온보다 싸다. 국내 4개 관청이 보유한 108대 외산 헬기중 가장 많은 것은 15인승(조종석 제외) 러시아제 카모프-32(KA-32)로 43대다.
수리온이 그나마 국내 기관에 7대 팔린 것도 최고가치 낙찰제나 그에 준하는 낙찰제를 구매 기관들이 적용해서다. 예산을 이유로 가장 싼 기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환경이 지속되는 한 수리온이 설 자리는 적다.
외산헬기 중 가장 많은 카모프-32는 1990년대부터 해외에 판매됐으며 대당 가격이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져 수리온에 비하면 부품 교체주기가 10분의 1 정도로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발된 헬기들은 보통 2000시간 이상 사용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반면 카모프-32는 수백 시간 단위로 부품을 점검해야한다. 부품 교체는 모듈을 통째로 바꿔야하는 방식이어서 유지관리비가 갈수록 많이 들게 돼 있다.
초기 구매비용이 낮지만 유지보수에 불리한 외산 헬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 외에 유지관리 및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최고가치 낙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헬기는 보통 구입한 뒤에도 20~30년간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고려하고 국산 헬기를 사용하면 비용 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
또 청, 본부단위로 이뤄지던 구매를 일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앙 부처가 일괄 구매하는 게 헬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청 단위 정부조직인 산림청과 경찰청은 조달청을 통해 구매, 지방기관에 배분하고 있고 소방용 헬기는 지자체별로 별도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청·본부단위로 이뤄지던 구매를 일괄 구매로 돌리면 기종 단일화에 따른 구매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민수용 기준에 적합한데도 입찰규정을 제각각으로 설정하는 식으로 수리온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방 헬기 소요 종합 및 공통 규격 제정을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종을 통일해 나가면 구매비용 및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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