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정원 프락치 “5년간 50명 사찰…文정권서도 계속”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4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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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참여연대 등 자체 조사결과 발표
프락치 '김대표'와 질답해 보고서 내놔
"진술서, 국정원 원하는대로 허위 작성"
김대표 "없는 죄 만들며 마음 무거워"
"최근엔 변호사 소모임 사찰 지시도"
시민단체 "추가 프락치 제안 정황도"

국가정보원(국정원)이 ‘프락치’를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시민단체가 24일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국회·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국정원 프락치로 활동한 일명 ‘김대표’도 참석해 참회의 증언을 남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이 모인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에 이른 지금까지 국정원 개혁은 근본적인 진전이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직접 챙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달 중 3일 간 이뤄진 김대표와의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대표는 국정원으로부터 가방에 든 녹음기와 ‘하이큐’라는 앱을 깐 갤럭시탭을 제공받아 회원이 1500여명에 이르는 시민사회단체 ‘통일경제포럼’에 가입, 5년간 모든 모임과 개인적인 대화 등을 전부 녹음해 제공했다. 총 사찰 대상자는 50명 가량이라고 전했다.

김대표는 녹음 파일을 건네줄 때마다 국정원 경기지부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했고, 그 횟수가 총 100회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대표는 진술서가 국정원이 원하는 방향대로 허위로 작성됐다고 언급했다.

또 국정원은 김대표에게 한달에 200만원씩 지급하고, 허위 진술서를 작성할 때마다 50~80만원의 금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대표가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직접 자리에 참석해 참회하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의 없는 죄를 만드는 일을 5년 가까이 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그들(국정원)은 마치 현상금 사냥꾼처럼 ‘조금 더 많은 처벌을 대상자들이 받을 때 네가 받을 돈이 많아진다’, ‘너도 몇십억원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가치판단을 무뎌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애틋한 관계였던) 한 선배와 그의 남편을 사찰하라는 비인간적인 내용 때문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제가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었고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대표와 이들 단체는 이번 정권 들어서도 프락치 활동은 계속됐고, 또 다른 프락치 정황이 있다는 언급도 내놨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왔을 때 기대했다. 제 역할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국정원은 김대중, 노무현 때도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한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사건들은 기회가 될 때 터뜨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몇몇 변호사들이 자주 만나고 다니면서 주체사상 신봉하며 소모임하는 것 아니냐며 알아보라고 국정원이 지시했고, 두 개의 기업이 북한 기업과 접촉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 측 관계자는 추가 프락치에 대한 질문에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그렇다. 이를 테면 피해자 모임에 프락치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대책위원회’는 국정원 관련자들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에 진상규명과, 수사권 폐지(이관) 등 국정원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활동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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