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 사건에 대한 경찰청의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청은 2일 이연욱 본청 강력계장을 비롯한 5명으로 꾸려진 진상조사팀을 제주로 보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전날 고유정 사건 초동수사 부실 비판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소홀한 부분에 대해 경찰청에서 진상조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뒤 하루 만이다.
경찰청은 본청 내 수사와 형사 기능을 주축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렸다. 이연욱 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경정)을 팀장으로 여성청소년, 과학수사, 킥스(KICS)운영, 대변인실에서 각각 노련한 경감급 인력을 차출했다.
우선 진상조사팀은 제주동부경찰서 회의실에 사무실을 차리고 고유정 전 남편 실종과 살인사건을 담당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담당자를 불러 수사 전반적인 상황을 되짚어 볼 계획이다.
그간 부실수사로 지목됐던 폐쇄회로(CC)TV 미확보, 범행현장인 펜션 내부보존 소홀, 범행 현장 폴리스라인 미설치, 피의자 주거지 압수수색 때 졸피뎀 미확보 등이 진상조사의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전 남편에 대한 실종신고가 이뤄진 지난 5월27일 밤 제주시의 한 마트 주차장에 피해자 차량이 범행 이후 사흘째 그대로 세워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의심없이 피해자 차량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심지어 차량 블랙박스 영상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지검 수사팀은 1일 고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체훼손 부분은 혐의에서 제외했다.
고씨는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36)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의 다른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2일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고씨의 범행동기와 방법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검찰은 핵심 증거인 시신을 발견하지는 못하면서, 결국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에서도 ‘우발적 살인’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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