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서 또 3세 아이 승용차에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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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야외학습 가다 치여… 가해자 엄벌법안 2년째 국회 계류

3세 어린이집 원생이 아파트 단지 안 도로에서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법이 국회에서 2년 가까이 계류 중인 가운데 또 어린 생명이 사고를 당했다.

25일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경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도로에서 A 군(3)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B 씨(52·여)가 모는 승용차에 치였다. 차량 운전석 앞 범퍼에 치인 A 군은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쳐 피를 흘렸다. 사고 직후 주민 7, 8명이 차를 들어올려 차량 밑으로 들어간 A 군을 꺼내 병원으로 옮겼으나 오전 11시 20분경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A 군은 사고 당시 교사 1명의 인솔 아래 다른 원생 6명과 야외학습을 하러 도로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A 군은 일행보다 1m 정도 뒤처져 걸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경찰에서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차를 출발해 30m 정도 나와 큰 도로에 진입하려고 좌회전을 하는데 쿵 소리가 나서 내려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도로는 폭이 일반 왕복 2차로 정도로 중앙선은 그어져 있지 않다.

경찰은 B 씨가 A 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단지처럼 도로 역할을 하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의 교통사고는 가해자에게 중벌을 가하기 어렵다.

2017년 10월 대전 아파트 단지에서 3세 여아가 차에 치여 숨진 이후 사고 운전자를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며 관련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러나 처벌 수위와 공권력이 사유지를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어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차도와 보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있을 때 운전자가 반드시 차량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내년 5월 끝나는 20대 국회 중에 처리될지 미지수다.

대전 사고의 가해 운전자는 올 1월 금고 1년 4개월이 확정됐다. 일반 도로의 사망사고 가해자에게는 보통 징역 2∼3년이 내려진다.

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서형석 기자
#교통사고#보행자 보호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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