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십시오”… 조양호 회장 작년 영장심사때 최후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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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죽음 예감한듯 “물의 일으켜 죄송… 물러날 생각”
폐섬유증 美병원 진단서도 제출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시길 바랍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약 7시간에 걸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이같이 호소하는 내용의 최후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장심사가 끝나기 직전 판사는 조 회장에게 1, 2분가량의 시간을 줬다.

조 회장은 검사와 변호인 사이에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감정 변화로 호흡이 고르지 않아 휴대용 호흡기를 여러 차례 사용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당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 자체가 죄송하다”며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후진술을 하면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사회에 속죄하는 마음을 전하면서도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의 유엔’이라 불리는 IATA는 세계 항공산업과 항공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책 및 규제 개선 등을 협의한다. IATA 집행위원회 위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조 회장은 IATA 총회 의장으로서 회의를 성공적으로 주관한 뒤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가 숙환과 수사 중에도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끝까지 유지하려 했던 이유였다는 해석이 있다.

아울러 조 회장 측은 미국 병원으로부터 받은 폐섬유증 관련 진단서를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했다.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굳으면서 산소 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호흡 장애가 오는 병이다.

대한항공 측은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고 명예 퇴진하려던 계획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퇴출로 차질이 생기자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변종국 기자
#대한항공#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영장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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