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7년전엔 4대4로 낙태죄 합헌 결정… 재판관 구성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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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여부 11일 선고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헌법재판소 3층 회의실. 유남석 헌재 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평의를 열고 낙태죄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11일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이 서기석 재판관과 함께 18일 임기가 끝나 그 전에 선고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만약 헌재가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한 첫 합헌 결정을 뒤집어 위헌이나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되면 대체입법 등 낙태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와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달라진 헌재, 기존 결정 바꿀까

2012년 8월 헌재는 재판관 4(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볍게 제재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4명의 재판관은 “임신 초기(임신 1∼12주)에는 임부(姙婦)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렇게 낙태죄에 대한 첫 합헌 결정이 내려진 뒤 산부인과 의사 A 씨는 2017년 2월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같은 해 9, 10월 9명의 재판관 중 과반인 5명이 퇴임하기 전 헌재는 평의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부 재판관이 “낙태를 허용한 외국의 여러 상황에 대한 분석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며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뒤 재판관 구성이 바뀌면서 낙태에 대한 헌재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소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입법론으로서는 임신 초기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중절에 대해 의사나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과 10월 헌재에 새로 합류한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각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낙태죄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헌재 결정 당시 여성 재판관은 1명뿐이었지만 지금은 이선애 이은애 재판관 등 2명으로 늘었다.

○ 낙태죄 찬반 첨예… 헌법불합치 가능성

핵심 쟁점은 2012년 결정 때와 비슷하다. 낙태죄 폐지론자는 낙태죄 처벌 조항이 임신·출산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낙태죄 존치론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낙태죄 처벌 조항의 낙태 근절 효과도 쟁점이다. 위헌 측은 현실적으로 낙태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낙태죄 처벌 조항이 태아의 생명, 임부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작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합헌 측은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 조항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낙태죄 찬반 양측의 시위가 헌재 앞에서 이어지고 있다. 헌재 결정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까지 131일 연속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낙태죄에 찬성하는 측도 공개변론 이후 줄곧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에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데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헌법불합치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에 시한을 두는 것이다.

김예지 yeji@donga.com·이호재 기자
#헌법재판소#낙태죄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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