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성금 벌써 100억… ‘잿빛 폐허’ 보듬는 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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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숙박업소 “이재민에 무료” 지역 주민들 아픔 함께 나눠
대피소서 300인분씩 식사 제공… 전국서 2600여명 자원봉사 발길

빨래하고… 진료하고… 밥해주고…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 강원지역 산불은 모두 꺼졌지만
 온정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빨랫감을 가져가고 있다.(좌측 사진). 천진초교에서 배식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속초·고성=뉴시스·뉴스1
빨래하고… 진료하고… 밥해주고…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 강원지역 산불은 모두 꺼졌지만 온정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빨랫감을 가져가고 있다.(좌측 사진). 천진초교에서 배식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속초·고성=뉴시스·뉴스1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의 이재민을 돕는 온정이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7일 오후 7시 현재 2617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구호단체로 들어온 성금은 100억 원을 넘었다.

화재 피해 지역 인근의 식당과 숙박업소는 이재민에게 무료로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속초시 ‘옥이네밥상’ 사장 김옥이 씨(61·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는 글을 올렸다. 속초 토박이로서 이웃의 아픔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심정을 밝혔다. 5, 6일 이틀간 70여 명이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김 씨는 “한 집 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정신이 없겠나.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힘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김 씨의 선행을 알게 된 익명의 시민들은 그의 가게로 쌀을 보내기도 했다.

이재민 700여 명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초등학교나 마을회관 등 21개 대피소에도 봉사의 손길이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 고성군협의회 봉사자 40여 명은 이재민에게 매일 삼시 세 끼를 제공하고 있다. 고성군협의회 엄기인 회장은 “한 끼에 300인분 정도 식사를 나눠드린다. 제 집도 불에 탄 상황이지만 힘닿는 데까지 이웃들을 돕고자 한다”고 전했다.

고성군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비상대피소에서 의료봉사단원들이 이재민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성군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비상대피소에서 의료봉사단원들이 이재민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속초시 ‘소호259게스트하우스’ 사장 이승아 씨(31·여)는 이재민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무료로 개방했다. ‘집이 피해를 입었거나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연락을 달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씨는 “게스트하우스 근처에서 아파트 20층 높이만큼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보고 피해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아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수의사회 영동북부분회도 피해 지역 진료 봉사에 나섰다. 속초삼성동물병원 강지원 원장(40)은 6일 강아지와 고양이 5마리를 치료했다. 대부분 발바닥에 화상을 입거나 기관지 등 호흡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강 원장은 “목줄에 묶여 있던 동물들이 얼마나 무서웠겠느냐”며 “지역의 일이 곧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봉사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고성군과 속초, 강릉, 동해시는 7일 속초시청에서 회의를 열고 이재민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임시 숙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속초의 공무원수련원 65개 객실을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로 개방하기로 했다.

고성=김소영 ksy@donga.com / 구특교 기자
#산불#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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