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상대 근로자 확인 소송 1차 변론
"사법농단 근거자료 나오며 상황 달라져"
코레일, 2006년 계약 거부해 사실상 해고
해고 무효 소송 제기→파기환송심서 패소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 거래 대상 포함
지난해 사측과 합의에도 일부 복직 못해
KTX 해고 승무원들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 정규직 전환 합의에도 불구하고 특별채용에서 제외된 승무원들이 법정에서 사법농단 피해를 언급하며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최형표)는 5일 해고 승무원 김모씨 등 42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승무원들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할지 여부다. 철도청(코레일의 전신)은 지난 2006년 KTX 승무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이를 피하고자 계열사인 KTX관광레저로 이적 계약을 유도했다. 승무원들이 반발하자 코레일은 계약 갱신을 거부하며 2006년 사실상 해고했다.
김씨 등의 대리인은 “김씨 등의 계약에 문제가 없는 한 근로계약이 갱신될 거라는 점은 합리적으로 인정된다”며 “해고가 무효라는 취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고, 해고기간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라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반면 코레일 측 대리인은 “KTX 해고 승무원 관련 소송은 상고심까지 진행돼 대법원에서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확정 판결났다”면서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나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고 중 11명에 대해서는 화해권고 결정이 있었고, 이의를 안 해서 소송이 종결됐다”며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직접 출석한 해고 승무원 김씨는 “사법농단에 대한 객관적 근거자료가 나오면서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화해권고 결정에 대해서는 “11명에 대한 화해권고 결정이 난 것은 대법원이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해서 저희도 더이상 승산이 없는 싸움을 이어나갈 이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라며 “화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사측 대리인 말대로 종전에 근로자지위확인 관련 소송이 여러 사건 계류돼 대법원에 가서 판결받은 바 있다. 주된 쟁점은 역시나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는지 같다”며 김씨 등이 주장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 등의 2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3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앞서 코레일의 해고 결정에 반발한 승무원 출신 오모씨 등 34명은 지난 2008년 11월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임을 인정하고, 해고 기간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부당 해고”라며 해고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고 승무원들과 코레일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후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7월 작성한 ‘현안 관련 말씀 자료’에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기조에 맞게 선고됐다고 평가한 판결들이 나열됐고, KTX 승무원 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해고 승무원들은 지난해 5월29일 “재판 거래로 해고자들이 절망했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을 요청하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 대법정에서 점거농성을 펼쳤다. 해고 승무원들은 같은해 6월5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공동고발하기도 했다.
해고 승무원들이 서울역 서부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던 도중 코레일은 지난해 7월21일 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2006년 옛 한국철도유통에서 정리해고된 승무원 중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특별채용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해고 승무원들이 복직되지 않자 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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