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119 구급차에서 태어난 세 아기…구급대원이 탯줄 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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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 날인 2일 오후 2시경 부산소방재난본부 119 상황실에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구급대를 요청했다. 임신 40주차에 접어든 안모 씨(32)가 진통을 느끼고 한 전화였다. 출동한 부산 남부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 씨를 1층에 있던 구급차로 옮기다 바닥에 양수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태아의 머리 부위도 확인됐다.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대원들은 침착하게 안 씨를 구급차에 태워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며 출산을 도왔다. 얼마 뒤 구급차에서 우렁찬 여아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안 씨는 딸과 함께 맞은 첫 설을 건강하게 보냈다.

소방청은 설 연휴 안 씨를 비롯해 산모 3명이 119 구급차에서 무사히 출산했다고 8일 밝혔다. 4일 전북 익산의 이모 씨(23), 5일 충북 청주의 노모 씨(28) 모두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딸을 낳았다.

119 구급대는 연휴 5일간 전국에서 총 3만5223회 출동해 응급환자 2만2872명을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설 연휴 구급차에서의 출산 3건은 모두 간호사 자격이 있는 구급대원이 도왔다.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자격자는 영상이나 음성통화로 의사의 지도를 받아 탯줄을 절단할 수 있다. 반면 응급구조사 자격증만 있어서는 출산 관련 처치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응급상황이라도 최대한 출산을 지연시키며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 1월 기준 전국 소방서 구급대원 1만393명 중 간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은 1848명뿐이다.

소방청은 다음 달부터 응급구조사 자격을 가진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를 시범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응급구조사인 119 구급대원은 탯줄 자르기는 물론 급성 심근경색 환자 심전도 측정, 당뇨병 환자 혈당 측정용 채혈 등도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관련 법 개정 전이라도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기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이 있는 구급대원 4381명도 구급차에서 출산을 도울 수 있게 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부산과 익산, 청주의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한 것으로 확인돼 이송을 도운 구급대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구급대원의 응급구조 범위가 늘어나면 더 많은 산모가 응급상황에서도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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