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위력 행사’ 인정한 2심…왜 1심과 달랐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3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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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에서 주요 쟁점은 위력 행사 여부였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평소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있었다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지난 1일 열린 안 전 지사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안 전 지사 사건 쟁점은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와의 관계에서 위력 행사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안 전 지사는 김씨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자리에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위력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봤다.

안 전 지사가 당시 차기 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었고 사회 전반 유력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돼있는 등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으로서 사회·정치적 지위나 권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런 영향력만으론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 상황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평소 부하 직원들을 고압적으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봤다. 김씨에게 ‘담배’, ‘맥주’, ‘모기향’ 등 단어만 적은 짧은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김씨를 존중하는 표현도 사용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특히 김씨가 2017년 2월 안 전 지사 경선캠프 자원봉사를 하면서 정치권에 처음 입문했는데, 수행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이직을 고려하거나 국회의원 보좌관 등 다른 업무에 관심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향후 경력 관리를 위해 안 전 지사의 추천을 받거나 좋은 평판을 쌓아야 할 계기도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로 충분히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무형적 위력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씨의 임명이나 휴직, 면직권을 가진 인사권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씨가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공무원법에 따라 상사인 안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고 있었다는 상황을 인정했다.

또 안 전 지사를 차기 대선후보로서 ‘절대권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안 전 지사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자원봉사로 근무했고, 선출에 일조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경선 패배 후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할 때도 김씨 의사보다 안 전 지사 뜻에 따라 정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향후에도 안 전 지사 의지로 자신의 거취가 정해질 거라고 인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사정을 들어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평소 안 전 지사의 심기를 살피는 것을 보더라도 안 전 지사가 무형적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최초 성폭행이 있었던 2017년 7월29일 러시아 출장에서도 이같은 위력 행사 때문에 김씨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로서 권력 상하관계에 있던 김씨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안 전 지사의 혐의 10개 중 9개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안 전 지사 측은 향후 상고심에서 위력 행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지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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