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맞벌이, 아이 덜 낳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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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작년 신혼부부 통계 발표

신혼부부 가운데 맞벌이를 하거나 집이 없는 부부의 자녀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신혼부부는 결혼 1년 차에 이미 8000만 원 정도를 대출받고 5년 차에는 대출 잔액이 1억 원에 육박해 빚에 짓눌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힘든 사회환경에다 경제적 부담이 겹쳐 저출산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2017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 이내인 신혼부부 110만3000쌍 가운데 41만4000쌍(37.5%)은 자녀가 없었다. 신혼부부 10쌍 중 4쌍꼴로 아이를 낳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무자녀 비율은 1년 전보다도 1.2%포인트 오른 것이다.

신혼부부 중 1명만 일하는 외벌이에 비해 맞벌이 부부의 자녀 수가 적었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출생아 수는 0.70명으로 외벌이(0.86명)보다 적었다. 이에 따라 맞벌이 중에서 자녀가 있는 부부의 비중은 56.7%로 외벌이 중 자녀를 둔 부부의 비중(68.0%)보다 낮았다. 맞벌이 부부의 여성 배우자가 출산을 위해 일을 잠시 쉬거나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신혼부부는 소득이 높을수록 출생아 수가 적었다. 부부 합산 소득이 1억 원 이상인 맞벌이의 평균 출생아 수는 0.64명으로 소득이 1000만 원 미만인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0.85명)보다 0.2명가량 적었다. 외벌이 부부의 출생아 수가 대부분의 소득구간에서 0.85∼0.87명을 나타낸 점을 감안하면 맞벌이의 출산율이 두드러지게 낮다는 의미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맞벌이 부부 중에서도 소득이 높은 부부는 출산 시 그만큼 많은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이 있는 신혼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5명으로 무주택 부부의 자녀 수(0.73명)보다 많았다. 주거문제가 해결되면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유주택 신혼부부 10쌍 중 4쌍(38.3%)꼴은 공시가격 기준 1억5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인 집을 갖고 있었다. 이어 6000만 원 초과∼1억5000만 원 이하인 집을 가진 신혼부부 비중은 35.9%였다.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신혼부부의 비중은 2017년 기준 83.3%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신혼부부별 합산 대출잔액을 금액 순으로 나열할 때 중간 금액을 뜻하는 ‘중앙 대출금’은 8784만 원으로 1년 전(7778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늘었다.

신혼부부의 가계대출은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보다 많았고,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규모도 늘었다. 맞벌이 부부의 ‘중앙 대출금’은 1억9만 원으로 외벌이 부부(8000만 원)의 1.3배였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혼인 5년 차가 된 부부의 대출은 9669만 원으로 1년 차 부부(8000만 원)보다 1600만 원 이상 많았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고소득 맞벌이#작년 신혼부부 통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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