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택배 직접 찾자” 집하장에 긴줄… CJ노조 파업에 경주-울산시민 불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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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인정 요구하며 8일째 파업
“오리털 점퍼 일주일간 배달 안돼”… 시민들 물건 찾으러 회사 직접 방문
노조, 피해 커지자 “29일 배송 재개”

최근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울산 남구의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에 물품들이 잔뜩 쌓여 있다. 독자 제공
최근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울산 남구의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에 물품들이 잔뜩 쌓여 있다. 독자 제공
“날씨가 추워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리털 점퍼를 주문했는데 일주일째 감감 무소식입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모 씨(23)는 28일 “택배를 못 받아 추위에 떨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평소 같으면 주문한 지 2, 3일 만에 물건을 받았을 김 씨가 택배를 제때 받지 못한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8일째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경주시 황성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54)는 “며칠 전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는데 택배기사들의 파업으로 배송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주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21일부터 이어진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경북 경주와 울산, 경남 창원, 대구, 광주 등에서 배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들은 물건을 찾으러 택배회사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울산 등지에서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는 700여 명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전체 택배기사 1만8000명의 3.8% 수준이다.

경주시 현곡면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택배발송처)에서는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 50여 명이 파업을 벌이며 배송을 거부해 2만여 개의 택배가 쌓였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물건을 찾으러 와서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울산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파업에 나선 택배기사들이 대체 배송에 나선 CJ대한통운 측 직영 택배기사들의 차량을 아예 막아버렸다. 경주에서는 경찰 등의 도움으로 직영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지만, 울산은 이마저도 안 된 것이다. 울산 남구 여천동 서브터미널엔 택배를 찾으러 온 시민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앞서 택배노조는 파업에 들어가면서 CJ대한통운이 노조 설립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택배기사는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고용자 신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노조 설립 신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봐야 한다며 올해 1월 행정소송을 냈다.

택배 차질로 피해가 불어나자 택배노조는 28일 파업을 종료하고 29일 0시부터 현장에 복귀했다. 택배노조는 28일 “CJ대한통운이 파업지역의 택배 접수를 중단하는 이른바 ‘집하조치’를 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29일 0시부터 배송업무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어 “2차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즉시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경주=박광일 light1@donga.com / 울산=정재락 / 변종국 기자
#cj#노조#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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