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장 운명의 1주일…정치권 벌써 ‘잿밥’에 관심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6일 15시 39분


광주 협상중인데 정치권에선 대체 후보지 거론
정부·정치권 변죽만…산으로 가는 광주형 일자리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지난달 ‘광주형 일자리’ 반대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뉴스1DB) © News1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지난달 ‘광주형 일자리’ 반대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뉴스1DB) © News1
광주시가 이달 말까지 현대자동차와 완성차 위탁공장 투자협의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으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예산소위원회 심사 일정상 이달 협의를 끝내지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지원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보이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투자협상이 끝나지 않았는데 타지역 이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나서며 광주공장 설립 여부가 점점 더 안갯속에 빠지는 모습이다.

26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북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열린 ‘농업의 미래를 위한 간담회’ 겸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해 “전북 지역 경제회복을 위해 군산형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답보상태에 빠진 광주형 공장의 군산 유치를 제안한 것으로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완성차 위탁공장에 수차례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 후 부침을 겪던 군산이 나서자 다른 지자체들도 사업유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조선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거제와 울산 등이 제3의 후보지로 거론된다.

업계는 지역경제 견인 목적의 사업유치 제안은 있을 수 있으나 이같은 움직임이 광주공장 무산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드러낸다. 투자주체 즉 현대차는 배제하고 사업이전 검토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자체 이곳저곳서 위탁공장 설립 제안이 나오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된 프로젝트가 자칫 정치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광주공장 투자협의 과정에서 불거진 노동계의 기득권 챙기기나 기존 노조 반대 등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주공장 설립은 합리적인 임금으로 자동차를 위탁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공장을 짓고 근로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려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해야한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 중 일정 물량 이상의 내수생산을 맡길 수 있는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광주시가 현대차를 파트너로 삼은 이유다.

현대차가 실적부침과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투자 참여를 검토했던 것은 광주시와 정부의 이런 고민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마진율이 낮은 1000cc 미만 경차생산을 위탁해 원가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현대차도 큰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조건이었다. 위탁공장 모델이 정착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저생산성 한계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시가 한국노총 중심의 지역 노동계와 임금 및 원·하청 요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초 현대차가 동의했던 협약 내용이 뒤집어졌다. 안정적 노사관계를 위한 임단협 유예(5년) 조건은 빠졌고 근무시간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변경됐다. 투자성이 현저히 낮아져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가 광주공장 투자에 반대하고 나서며 추진동력은 더 반감됐다. 고임금·저생산성 비판을 받던 기존 노조 입장에서 합리적인 임금으로 차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이 달가울 리 없다. 지역경제를 살려보려는 한국노총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까지 대립하고 있으니 현대차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다.

어떤 지역에 완성차 위탁공장을 설립하느냐가 쟁점이 아니라는 의미다. 투자조건 협의 및 기존 노조의 양보를 먼저 이끌어내지 못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정치논리가 투자를 가로막은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치권 움직임을 놓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정치권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산·거제·울산 등 광주 대체 후보지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투자주체인 기업을 배제하고 지자체와 노동계가 정부를 등에 업고 기업을 협박하고 있다”며 “대기업 노조의 카르텔 구조가 우리 노동계 문제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경제 위기 속에서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과 노동자, 정부의 합의가 필요한데 기업의 일방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에 하나 광주공장이 무산되고 거론된 후보지에서 사업을 재추진하더라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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