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망여아 엄마, 딸 이불로 감싸 안은 마지막 모습에…누리꾼 “눈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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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8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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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주 바다로 향한 뒤 자취를 감춘 모녀가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자 온라인에서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7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7부두 하얀등대 방파제 밑에서 ‘숨진 3살 여아’의 엄마 장모 씨(33·여·경기)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장 씨 시신은 이날 오후 6시39분쯤 낚시객이 발견해 신고했다.

장 씨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에서 어린이집을 마친 딸을 데리고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 오후 9시35분 제주공항에 도착, 제주시 삼도동의 한 숙소에서 투숙했다.

다음날인 1일 오후 숙소 인근 마트에서 번개탄, 부탄가스, 토치, 라이터, 우유, 컵라면 등을 구입해 간 장 씨는 2일 새벽 2시31분께 퇴실한다는 말 없이 짐을 모두 놔두고 딸과 함께 숙소를 떠났다.

택시를 타고 제주시 용담동 해안으로 이동한 장 씨는 이불로 감싼 딸을 안고 택시에서 내려 바다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 모녀가 묵던 숙소에서는 번개탄, 부탄가스, 라이터 등이 발견됐으며 욕실 바닥에는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이후 4일 오후 6시36분께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인근 해안 갯바위에서 딸의 시신이 먼저 발견됐고, 행방이 묘연했던 엄마도 사흘 후인 이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딸의 사인은 ‘익사’로 나타났으며, 모녀의 마지막 행적이 발견된 2일 사망한 것이라는 부검결과가 나왔다.

당시 숙소에서 모녀를 태운 택시기사의 진술에 따르면, 장 씨는 딸을 안고 택시에 탄 후 “가까운 바다로 가고싶다”고 말했다.

이에 택시 기사가 “바람도 많이 부는데 아기가 감기에 걸리지 않겠느냐?”고 걱정하자 장 씨는 “두껍게 옷을 입혀서 괜찮다”며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택시기사는 용담 해안도로에서도 맞은 편에 큰 건물이 있어 그나마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이들 모녀를 내려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장 씨가 아이를 이불로 감싼 채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은 거리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엄마 장 씨의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숙소에 번개탄을 태운 흔적 등이 있는 것으로 미뤄, 장 씨가 1일 밤 일차로 번개탄을 이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실패하자 다음날 새벽 바다로 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8일 온라인에서는 “모녀의 죽음이 자살이 맞다면, 두 번이나 극단적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과 함께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장 씨가 택시에서 내려 해안으로 내려가는 과정에 아이가 찬바람을 맞지 않도록 이불을 여미는 듯한 모습에 누리꾼들은 “그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 지 눈물이 난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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