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총체적 비리” 징역 20년 구형… MB “집 한채가 전부” 15분 항변

  • 동아일보

이명박 前대통령 1심 결심공판… 벌금 150억-추징금 111억도 구형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았고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함께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제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 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77·수감 중)은 6일 오후 열린 자신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이 전 대통령은 목멘 소리로 15분 동안 구치소에서 써온 A4용지 6장 분량의 자필 입장문을 읽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이 전 대통령이 1심 선고를 앞두고 받는 마지막 재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먼저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재판’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임 대통령으로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라며 사법 절차를 성실히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부당하게 돈을 챙긴 것도 없고,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탐한 일도 없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하나씩 부인했다.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를 차명으로 소유했다는 혐의에 그는 “형님과 처남이 33년 전 설립해 아무 탈 없이 경영해 온 회사를 제 소유라고 주장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진 적 없고 배당금도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전제 아래 검찰이 적용한 350억 원대 횡령 혐의 등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2009년 말 배임 등 혐의로 수감돼 있던 이건희 삼성그룹 명예회장을 특별 사면하는 대가로 다스의 미국소송비 67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의혹에 근거했고,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불법 상납받았다는 혐의도 이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혹독한 가난 속에서 행상을 다니고 청소부로 일하며 대학을 다녔지만 남의 것을 탐한 적은 없다”고 호소했다. “전 재산은 논현동 집 한 채가 전부이고, 검찰이 두는 혐의는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정치 보복이 반복되면 독재국가가 된다. 이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 원, 추징금 111억4131만여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구형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뇌물액수로 적힌 111억여 원을 추징하고, 이 금액의 1.3배를 벌금으로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최고 권력자였던 제17대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 행각이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국민의 여망을 담아 위임한 권한을 당연한 전리품처럼 여기고 남용했다” “검찰 조사에도 한 차례만 응하고, 추가 조사와 법정신문을 거부하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징역 20년이 구형되는 순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전 대통령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법정에 들어오며 두 딸에게 손을 흔들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결심공판은 이 전 대통령이 올 4월 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151일 만에 열렸다. 기소부터 1심 마지막 변론까지 317일 걸린 박 전 대통령 재판보다는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진술조서를 재판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면서, 증인신문 과정이 대폭 생략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 선고공판은 10월 5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고도예 yea@donga.com·김윤수 기자
#이명박 1심 결심공판#징역 20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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