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서 물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빚다 엽총을 난사한 김모 씨(77)가 사망한 면사무소 공무원들 외에 파출소 경찰관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왔다.
22일 경북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범행 당일인 21일 오전 9시 13분경 이웃에 사는 승려 임모 씨(48)를 총으로 쏜 뒤 10여 분 뒤인 9시 27분경 파출소로 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김 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파출소를 한 바퀴 돈 뒤 300m 떨어진 면사무소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왜 파출소로 갔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4분 뒤인 9시 31분경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곧바로 공무원 손모 씨(47·6급)와 이모 씨(37·8급)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경찰이 탄피 등을 분석한 결과 김 씨는 면사무소에서 모두 4발을 쏜 것으로 확인했다.
앞서 김 씨는 이날 오전 7시 50분경 봉화군 소천파출소에 보관된 엽총을 출고한 뒤 차를 타고 임 씨의 사찰로 향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2년 전부터 임 씨와 상수도, 쓰레기 소각 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면사무소에도 관련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불만이 생겨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숨진 공무원들은 김 씨의 민원과 관련이 없다. 최문태 경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김 씨가 숨진 공무원들과 일면식도 없다고 진술했다”며 “숨진 두 명은 출입구 가까이에 있다가 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가 범행 전부터 이웃인 임 씨를 위협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범행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씨는 지난달 30일 경찰에 “김 씨에게 총기 위협을 느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같은 날 김 씨의 총을 회수했다. 그러나 임 씨가 직접 협박을 당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13일 총기 회수 조치를 해제했다. 임 씨는 지난해 4월에도 김 씨가 흉기로 위협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봉화군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22일부터 군청 대회의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고, 유족들과 협의해 24일 오전 9시 군청에서 합동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 숨진 손 씨의 사촌형 손모 씨(60)는 “경찰이 총기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고, 만약 인명살상이 우려된다면 공권력으로 제지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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