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예비율 7%대로 ‘뚝’…2011년 9월 대규모 정전사태 재현 우려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24일 17시 23분


2011년 9월 15일, 정전으로 서울 대학로 일대 신호등이 꺼져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011년 9월 15일, 정전으로 서울 대학로 일대 신호등이 꺼져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최대 전력수요가 24일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8%대를 유지했던 전력예비율은 이날 처음으로 7%선까지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력 수요는 9177만kW를 기록했다. 전날 기록했던 역대 최대 전력 사용량 9070만kW를 하루 만에 넘어선 것이다. 산업부가 예측한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 8830만㎾도 훌쩍 넘었다.

전력 공급량에서 사용량을 뺀 예비전력은 692만kW 수준으로 예비율은 7.5%를 보였다. 지난 2016년 8월8일에 기록한 7.1% 예비율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예비전력이 500만㎾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되고, 300만 kW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 수급 비상조치 매뉴얼에 따라 긴급 절전이 시행된다.

전력수급 비상경보는 준비(~500만㎾)→ 관심(~400만 ㎾)→ 주의(~300만㎾)→ 경계(~200만㎾)→ 심각(~100만㎾)단계 순으로 발령된다.

이날 전력수요가 당초 정부 예상을 크게 벗어나면서 지난 2011년 처럼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1년 9월 15일 예비전력이 바닥나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뒤늦게 찾아온 이상기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바닥난 것이다. 당시 예상한 전력피크가 크게 빗나가 전력이 바닥나자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아무런 예고 없이 지역별로 순환정전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시내 곳곳의 도로 신호등이 꺼지고, 건물 승강기가 멈추고, 은행업무가 마비되고, 야구 경기가 멈추고, 병원에서는 진료가 중단되는 대란이 일어났다.

당시 피해 기록을 보면 전국 여러 지역의 교차로 신호등이 꺼지면서 사방에서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고 시민들은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는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의 경우 교통경찰 인력의 절반인 1200명을 투입해 수신호로 교통 상황을 통제했지만 교통 대란을 막긴 어려웠다.

승강기에 갇힌 시민들의 구조 신고도 400여 건에 달했다. 전국 은행 영업점 400여 곳이 업무에 차질을 빚었고, 병원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전자장비가 멈췄다. 서울 목동야구장에서는 조명탑 4개가한꺼번에 꺼지면서 그라운드가 어둠에 잠겼고 경기는 곧바로 중단됐다. 당시 전국적으로 212만 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 직전에 순환정전을 실시해 '대재앙'은 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당시 지식경제위 소속 김영환 전 의원이 밝힌 바 있다. 그는 "예비전력 '0' 상황이 수십 분 간 지속되면서 '전국 블랙아웃'이라는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사건 1주일 후 밝혔다.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사퇴했고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 소속 책임자 17명에 대한 고강도 문책 인사가 이뤄졌다.

또 이 일이 있은 후 기업들은 여름철 사무실 온도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점심시간을 1시간 앞당기거나 노타이에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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