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정 “강북 중형도 9억 넘는데 현실 무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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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초과 아파트 특별공급 제외… “애 더 낳으라더니 정책소외” 불만
“기관추천 기준도 손봐야” 지적… 대상 많고 선발과정에 ‘잡음’


정부가 ‘금수저 청약’ 지적을 받아온 아파트 특별공급 규정을 바꾸기로 했지만 시장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땜질식 처방을 했다는 비판과 함께 여전히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억 원 초과 아파트 특별공급을 다자녀가정 등에는 허용해 달라는 글이 10여 건 올라왔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10일 투기과열지구 내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특별공급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청원이 올라오는 이유는 서울의 집값 현실 때문이다. 서울 강북에서도 중형 이상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 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가격 기준으로 특별공급에서 제외해버리면 식구가 많아 큰 집을 분양받아야 하는 다자녀·노부모 부양 가정은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세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 씨(40)는 “다자녀 가정은 사회 취약계층이 아니라 정책적 배려 대상”이라며 “애를 더 낳으라더니 주택 정책에선 소외시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별공급 제도의 문제점을 고치려면 기관추천 특별공급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규정된 대상자를 공공기관이나 협회 등 관련 기관이 추천하는 제도다. 대부분 국가유공자, 장애인, 장기복무 군인 등이 대상이지만 올림픽, 국제기능올림픽 등에서 3위 이상 수상한 운동선수나 기능인도 포함된다.

특별공급 문제가 불거진 건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에서 만 19세가 특별공급을 통해 연달아 당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 과천시 ‘과천 위버필드’ 특별공급에 당첨된 만 19세는 체육 관련 협회의 추천을 받은 선수였다. ‘강북 로또’로 불린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의 특별공급에도 운동선수 3명이 당첨됐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에는 외국 거주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정부가 유치한 해외 인력이나 주택청약저축 1순위 자격이 있는 국외 1년 이상 취업자도 해당된다. 이 때문에 대상이 지나치게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많다.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주체가 협의해 대상 기관을 정하면 해당 기관이 대상자 목록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민원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이번에 기관의 선정 과정을 점검하고 선정 기준을 공개한다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참에 특별공급 제도 자체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천호성 기자
#청약#아파트#부동산#특별공급#민영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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