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금지’ 붙은 문, 열어놓고 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린이집-유치원 외부침입 더 취약
울타리 낮아 뛰어넘기 쉽고 놀이터-마당 등 CCTV 있지만 건물 내부 들어가도 제지 안받아
초등교 인질극에 불안감 확산… 학부모 “출입시스템 개선” 목소리

5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A어린이집 앞. 길에서 고무타일이 깔린 어린이집 마당놀이터로 통하는 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문에 적힌 ‘영유아 안전을 위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며 출입 시 문을 꼭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놀이터에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어린이집 현관문이 보인다. 이 문을 통하면 아이들이 있는 공간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 복도, 마당 등에는 폐쇄회로(CC)TV가 여러 대 설치돼 있지만 어린이집 곳곳을 활보하는 동안 아무도 제지하거나 나와 보지 않았다.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초등생 인질극’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보안관이라도 있는 초등학교와 달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실상 외부인이 드나드는 데 더 취약하다는 걱정이다.

이날 본보 기자가 서울 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5곳을 돌아본 결과 마당이나 놀이터가 있는 곳들은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울타리가 있지만 성인 남성 키보다 훨씬 낮아 넘기 쉬워 보였다. 또 문은 5곳 모두 잠겨 있지 않았다.

서대문구 B유치원은 잠금장치 등이 달린 정문은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워 보였지만 뒷마당으로 향하는 울타리문은 열려 있었다. C어린이집은 문은 열렸는데 인터폰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실정은 이랬지만 한 보육교사는 “아이들과 교사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문을 닫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4일 아이를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준 이모 씨(32·여)는 “병원에 들렀다가 오전 10시에 갔는데 유치원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닫는 것을) 깜빡했다는 교사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모 씨(35·여)는 “며칠 전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면서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놓은 게 생각나 아이 어린이집에 찾아가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책을 내놓는 유치원, 어린이집도 생겼다. 일부에서는 초인종을 설치하거나 방문 시간을 제한한다. 충북 충주시 D유치원은 등·하원 시간에만 출입문을 개방한다는 통지문을 학부모에게 보냈다. 현관에는 교무실로 연결되는 초인종을 추가 설치했다. 외부인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방문증을 발급해 달게 했다.

엄마들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흘째 직접 애들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름이 되면 문을 매일 열어놓을 텐데 걱정이다’ ‘학교처럼 보안관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등 막연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구로구 F어린이집 원장 이모 씨(48·여)는 “방배초 사건 이후 ‘이상한 사람이 출입할 때 제지할 수 있는 남자 직원이 있느냐’ ‘외부인 출입은 어떻게 관리하느냐’ 같은 문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외부인 금지#문#열어놓고 수업#어린이집#유치원#외부침입#더 취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