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생존 할머니 “죽은 엄마 위에서 젖 찾고 있던 아기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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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3일 10시 35분


(사진출처=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사진출처=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제주 4·3사건 발생 70주년을 맞아 피해자 고완순 씨(여·80)가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전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 인구의 10%인 약 3만 명이 죽거나 행방불명 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희생자 수가 6·25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건이다. 당시 최소 8~9세는 됐어야 사건을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감안하면 현재 남은 목격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가장 많은 주민들이 몰살 당한 북촌마을의 고완순 씨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그때 저는 아홉 살이었다. 군인이 들어와서 우리를 다 끄집어내서 학교, 집으로 끌고 가는데 덜덜덜덜 떨면서 끌려가 보니까, 주민이 다 모여서 운동장이 꽉 찼다. 남동생은 어머니가 업고 언니하고 나하고 손잡고 네 식구가 끌려갔는데, 총소리가 다다닥 나더니 앞에 남자들이 8명인가 몇 명 있는 사람이 다 이리저리 쓰러졌다. 그게 신호였었는지. 그 다음에는 기관총이 사람들 위로 불을 뿜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막 사격을 하니까 저희들은 땅바닥에 막 엎어져서 기었다. 막 그냥 밀리고 밟히고 이러는데 뭐가 뒤에 탁 걸리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돌아 보니까 여자 고무신을 신은 발이 보였다. 젊은 엄마가 죽었는데 아기가 배 위에서 엄마 젖을 찾고 있었다. 남자 아이였다. 두세살 정도 이렇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가 소리를 지르니까 남동생도 무섭다고 울었다. 그러니까 군인이 참나무 몽둥이를 가지고 동생 머리통을 2번을 가격 했다. 세 살먹은 애도 그때부터 찍소리도 안 하고 엄마 등에 그냥 콕 붙어 있었다. 그 동생은 52년도 8월 달에 죽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고 나니 총 소리는 멎었는데 ‘제주도 갈 사람 따라나와라’고 하더라 저희 가족도 제주시에 가면 살려주는지 알고 따라 나가는데, 조금 있으면 총 소리가 콩 볶듯이 타닥타닥 나더라. 속여서 교대로 밭에 한 무리 끌어가서 죽이고 또 한 무리 끌고 가서 죽이고 하면서 계속 그렇게 끌려 나가면서 죽였다. 마지막에 저희 가족이 끌려갔다. 시신이 즐비하게 그냥 막 쓰러져 있고, 엄마 손만 꽉꽉 잡고 잡고 있는데, 뭔 지프차 차 소리와 함께 고함지르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 대장 차가 오면서 사격 중지 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그러더라”고 회상했다.

고 씨는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뭘 아냐”며 “우리는 이런 말을 못하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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