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평택 주한미군기지 ‘공사 입찰 비리 의혹’ SK건설 임원 등 6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17시 37분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건설 전무 이모 씨(57) 등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8일 주한미군 기지 기반공사 수주 대가로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구 계약관이었던 미국인 N 씨(58)와 공군 예비역 중령 이모 씨(51)에게 31억 원을 건넨 혐의(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으로 SK건설 전무 이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2008년 미국 육군 공병단 극동 지구가 발주한 232만m² 규모의 평택 기지 부지 조성 등 기반시설 구축 공사를 4600억 원에 단독 수주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설계가 변경돼 늘어난 공사금액은 7600억 원에 달한다.

SK건설 상무 이모 씨(55)도 2012년 1~2월 공사 수주의 대가로 미국인 N 씨와 예비역 중령 이 씨에게 6억6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N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5년 1월 미국으로 도주했지만 지난해 9월 하와이에서 붙잡혀 현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돈을 받은 예비역 중령 이 씨도 배임수재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전역하기 전 국방부에서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 담당자였던 이 씨는 기반공사 수주와 설계변경 승인 등을 도와주고 SK건설에서 총 37억6000만 원을 받았다. 그 중 24억9000만 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협력업체를 통해 SK건설과 허위 하도급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자금 세탁을 한 뒤 N 씨에게 건넸고 나머지(12억7000만 원)를 챙겼다.

SK건설 전무 이 씨는 “컨설팅 계약을 맺은 A업체가 시키는 대로 성공사례금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뇌물 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외로 도피 중인 A업체 대표 B 씨의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이 발주한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해 입찰 비리가 적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미군 수사 관할권이 미국 수사기관에 있어 관련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미 연방검사와 전화 회의를 하고 미 수사관들과 증거와 관련한 협의를 하면서 공조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과 부패한 외국 공무원, 자금세탁 실행자 등 3자가 치밀하게 사전 계획한 뇌물 비리”라며 “국가안보와 건설시장 질서를 크게 헤쳤다는 점에서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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