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억대 부농’ 크게 늘었다

  • 동아일보

1억원 이상 고소득 농가 4562곳, 강진군 등 지난해 5% 늘어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 등 효과

전남 강진군 초록믿음 직거래지원센터 판매부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농수산품을 고르고 있다. 도시 소비자와 강진 농어가 362곳을 직거래로 연결해주는 센터는 농가소득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초록믿음 직거래지원센터 판매부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농수산품을 고르고 있다. 도시 소비자와 강진 농어가 362곳을 직거래로 연결해주는 센터는 농가소득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칠량면 단월마을에서 수국과 작약을 재배하고 있는 김양석 씨(55)는 지난해 처음으로 억대 부농(富農) 클럽에 가입했다.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화훼 재배에 매달린 지 9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1억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난방비, 재료비 등을 제외한 순소득은 5000여만 원. 농촌에서는 적지 않은 수입이다.

김 씨가 억대 소득을 올리게 된 것은 안정적인 수출 판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19개 농가와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을 만든 김 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 수국 42만 본(24억 원 상당)을 수출했다. 품질 개선을 통해 꾸준히 경쟁력을 높인 덕분에 일본 화훼시장에서 인정받게 됐다. 자치단체의 지원도 소득 증가에 한몫했다. 강진군은 수국을 수출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가의 시설 개·보수와 양액재배 비용을 지원하고 컨설팅 교육도 하고 있다. 김 씨는 “6차 산업이 화두인 만큼 무농약 수국 재배단지를 관광 체험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내수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2억 원대 소득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1억 원 이상 부농 5.1% 증가

전남에서 1억 원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는 450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억 원 이상 소득을 올린 농가는 4562곳으로, 2016년 4342곳보다 220곳(5.1%) 증가했다. 5000만∼1억 원의 소득을 올린 농가는 9706곳으로, 전년 9676곳보다 0.3% 늘었다. 소득 구간별로는 1억∼2억 원이 3649농가로, 고소득 농가의 80%를 차지했다. 2억∼5억 원은 771농가(16.9%), 5억 원 이상은 142농가(3.1%)였다.

품목별로는 식량 작물이 36.7%인 1673농가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축산 1529농가(33.5%), 채소 742농가(16.3%), 가공·유통 분야 346농가(7.6%), 과수·화훼 272농가(5.9%)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981농가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 1706농가, 40대 이하 875농가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고흥이 551농가로 가장 많았고 강진(538농가), 해남(460농가), 보성(415농가), 나주(319농가), 영암(307농가) 등이 뒤를 이었다.

고소득 농가 증가는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과 특화작물 재배, 재배기법 차별화, 적극적인 판로 개척 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전종화 전남도 농림축산식품국장은 “친환경적인 농축산물 생산과 브랜드 이미지 정착 등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소득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억대 부농 크게 늘어난 강진군

강진군은 지난해 억대 고소득 농가가 132곳이나 늘어나 전남 시군 가운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농가 수 대비 억대 부농은 9.6%를 기록해 전남에서 1위를 차지했다.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상 기후 등에도 불구하고 강진군에서 억대 부농이 가장 많이 늘어난 비결은 뭘까.

영농 규모화를 통해 생산비를 줄이고 농수축산물 직거래 등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강진군은 지난해 ‘강진 방문의 해’를 맞아 개최한 강진청자축제, 케이팝 콘서트 등 12개 축제에 256만 명이 찾아 농특산품을 구매했다. 또 초록믿음 직거래지원센터를 통해 전국에서 13만2000명이 79억 원어치의 농수산물을 구입했다. 농촌마을 감성 체험 프로그램인 푸소(FU-SO) 체험에 8100여 명이 참여해 5억2400만 원의 농외소득을 올렸다.

강진군은 농업인 소득 향상을 위해 해마다 농업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왔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88억 원이 늘어난 1042억 원(32.2%)을 편성했다. 농업인 경영안정자금 예산을 50억 원 늘려 가구당 7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맞춤형 벼농사와 이모작 재배를 지원하고 고소득 시설원예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을 벌인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고소득 농가#부농#억대 부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