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부모, 육아교육만 받았어도…

  • 동아일보

전남 광양시의 ‘찾아가는 부모교육’ 상담사 홍애은 씨는 지난해 첫 상담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처음 찾아간 엄마와 3남매가 사는 집은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찬 TV 뉴스에서만 보던 ‘쓰레기집’이었다. 결국 상담에 앞서 곰팡이가 잔뜩 핀 집을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1년간 25차례에 걸쳐 이뤄진 상담 이후 이 가정은 놀랄 만큼 바뀌었다. 홍 씨는 “엄마는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개선됐다”고 전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하유미 교육평가부장은 “취약계층 중엔 ‘어린 자녀에게 삼시 세끼를 차려줘야 한다’는 부모의 기본적 의무조차 모르는 가정이 적지 않다”며 “이런 가정에 부모의 됨됨이와 역할을 가르쳐 주는 ‘부모교육’을 시행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최근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과 화재사고로 사망한 광주 3남매의 부모는 장애아를 때리거나 아기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이불에 비벼 끄는 등 무지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정부는 이런 취약계층이나 위기의 가정을 찾아 부모의 역할과 양육법을 소개하는 ‘찾아가는 부모교육’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작했지만 대상자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예산이 7억 원에 불과해 540여 가구만 혜택을 받았다. 올해 예산도 지난해와 같아 전국 151개 건강가정지원센터 중 17곳만 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부모교육도 있다. 다만 이런 교육은 아동학대나 방임이 많이 일어나는 취약계층 가정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보통 교육을 원하는 가정이 신청하고 기관을 찾아가 수강하는 방식이다.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아무래도 육아에 무지한 가정보다 육아에 열의가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모들이 교육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중앙아동보호기관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중 79.8%가 친부모였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양육 태도 및 방법의 부족(33.7%)이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19.0%)을 호소했다. 이는 교육과 상담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일각에선 취약계층뿐 아니라 전체 영유아 부모 및 예비부모 등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립·개별 육아가 늘면서 육아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비단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영유아 부모 및 예비 부모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의 70%가 부모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현재 부모교육과 관련해 통일된 내용이나 표준화된 방식은 없다. 그렇다 보니 여러 기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여가부는 “부모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표준화된 매뉴얼을 이미 제작했으며,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육아교육#부모#취약계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