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에 매달린채 “살려달라” 비명… “아내 갇혀있다” 절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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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아비규환 화재 현장

순식간에 불길 치솟는 1층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의 불길과 연기가 건물 위로 치솟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진 외벽이 불에 타기 쉬워 화염은 순식간에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인스타그램 캡처
순식간에 불길 치솟는 1층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의 불길과 연기가 건물 위로 치솟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진 외벽이 불에 타기 쉬워 화염은 순식간에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인스타그램 캡처
8층짜리 건물이 화염과 연기에 휩싸이는 데는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목욕탕과 헬스클럽에 있던 사람들은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콜록거리며 뛰쳐나왔다. 일부는 8층 베란다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기댄 채 “살려 달라”고 외쳤다. 미처 여기까지도 못 간 사람은 창문에 매달렸다가 1층 에어매트 위로 몸을 던졌다. 아비규환이었다.

화재는 21일 오후 3시 50분경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불은 삽시간에 천장과 주차 차량에 옮겨 붙었고 1층 출입구까지 화염에 휩싸였다. 당시 현장에서는 전기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약 3분 뒤 불꽃을 본 행인이 119에 신고했다. 오후 4시경 소방대가 처음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화염은 건물 한쪽 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8층까지 번진 상태였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자동차 불이 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1층 주차장은 최초로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된다. 제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자동차 불이 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1층 주차장은 최초로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된다. 제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불이 난 건물은 목욕탕과 헬스클럽 음식점 등이 있는 복합시설이다. 2∼3층이 목욕탕, 4∼7층이 헬스클럽이다. 화재 당시 모두 정상 영업 중이었고, 수십 명이 있었다. 다행히 불이 난 직후 목욕탕과 헬스클럽에 비상벨이 울렸다. 이를 듣고 3층 남탕에 있던 4, 5명과 헬스클럽에 있던 10여 명이 비상구를 통해 대피했다. 미처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손님들이 줄지어 빠져 나왔다. 3층 남탕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손님 10여 명을 비상구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같은 3층에 있던 김모 씨(76)는 “승강기를 탔고 2층 여탕에서 3명이 타고 겨우 1층으로 내려와 살았다”고 말했다.


잠시 후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되면서 창문이 없는 목욕탕은 암흑으로 변했다. 복도 역시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차 탈출이 불가피했다. 4층 헬스장에 있던 백모 씨는 비상구 탈출을 포기했다. 그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고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채 목숨을 건졌다. 건물 8층 베란다 난간으로 피했던 남성 3명은 필사의 구조 요청 끝에 민간 사다리차를 타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한 한 남성은 지상의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뒤 “아내가 2층 목욕탕에 갇혀 있다. 빨리 구해 달라”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빠져나온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2층 여탕이었다. 이곳에서만 20명이 숨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흡연실에 모여 피해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구뿐 아니라 비상구까지 찾기 어려워지자 한곳에 모여 구조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화재 직후 여탕에 있던 사람들은 “수건으로 입을 막고 물을 적시면 괜찮다” “목욕탕에는 물이 많으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특히 한 여성은 오후 4시 직후까지 가족에게 “지금 못 나가는 상황”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안 돼 연락이 끊겼다.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목욕탕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보인다. 한 생존자는 “만약 흡연실로 가지 말고 그냥 밖으로 나왔으면 살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숨진 분들이 화재가 난 걸 알고 옥상이나 비상구 등으로 탈출하다 대부분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물 내 화재로 정전이 되거나 짙은 연기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대피로를 찾지 못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천=장기우 straw825@donga.com·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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