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지나던 사다리차 업체 대표, 건물 꼭대기 피신 남성 3명 극적 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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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이양섭-기현 씨 父子
연기 걷힐때 아들이 위치 알려주면 아버지가 불길 무릅쓰고 생명 구해

이양섭 씨(왼쪽)와 기현 씨 부자.
이양섭 씨(왼쪽)와 기현 씨 부자.
사다리차 업체를 운영하는 부자(父子)가 제천시 스포츠센터 8층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남성 3명을 구조했다. 이들 부자는 화재가 난 건물에서 사다리차 작업을 한 경험을 살려 소방 사다리차가 구조하지 못한 곳에서 사람을 살렸다.

‘제천스카이카고’ 이양섭 대표(54)와 아들 기현 씨(28)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반경 화재 현장 인근에서 사다리차 일종인 ‘스카이’ 작업을 마치고 귀사하다 화재 현장을 발견했다. 지인에게 전화로 “건물 외벽에 사람들이 붙어있는데 구조가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이 대표는 승용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아들 기현 씨는 스카이차를 끌고 뒤를 따랐다.

현장에서 이 대표는 스카이를 세울 적절한 공간부터 찾았다. 과거 이 건물에서 고공 작업을 했을 때 주변 공간이 좁아 스카이를 세우기 어려웠던 기억 때문이었다. 스카이는 수직으로 펴면 높이가 38m여서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기현 씨가 곧바로 스카이를 세워 올렸다.


자욱한 검은 연기에 사람들이 어디 매달려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 연기가 걷힐 때 기현 씨가 사람이 보이는 지점을 알려주면 이 대표가 스카이를 댔다. 8층 베란다에 있던 남성 3명은 스카이 끝에 달린 작업 구조물에 경사진 벽면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올라탔다. 이 대표는 “스카이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지만 생명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망설임 없이 폈다”며 “구조된 분들은 옷을 마스크 대용으로 해 코만 가렸고 나머지 얼굴은 새까맸다. 생명에 큰 지장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1층 주차장에서 발화 당시 ‘펑’ 소리와 함께 작은 불길이 일어나 소화기로 진화된 듯했지만 5분여 뒤 갑자기 불길이 크게 일더니 외벽을 타고 급격히 번졌다고 입을 모았다. 주차장에서 전기공사나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스포츠센터 맞은편 식당 주인 전모 씨(48·여)는 “처음에 주차장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불길이 피어올라 나가봤더니 차가 불타고 있었다. 어느 정도 꺼진 다음 연기만 조금 났는데 갑자기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 사장 김모 씨(39)는 “처음에 주차장 천장에서 작게 시작된 불을 누군가가 소화기로 끄려 했는데 5분도 안 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다”고 말했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 / 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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