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서 필로폰 거래하려던 일본-대만 조직폭력배들,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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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서 씨(42)와 황모 씨(47)가 마약을 거래하며 신분확인을 위한 접선 암호로 이용한 1000원짜리 지폐 일련번호.
대만인 서 씨(42)와 황모 씨(47)가 마약을 거래하며 신분확인을 위한 접선 암호로 이용한 1000원짜리 지폐 일련번호.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88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거래하려던 대만과 일본 조직폭력배들이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이들이 거래하려한 필로폰은 총 8.6kg으로 약 29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는 일본 3대 폭력 조직 ‘이나가와 카이’의 조직원인 재일교포 이모 씨(59)와 일본인 N 씨(41), 대만 조직폭력배 서모 씨(42)와 대만인 황모 씨(47) 등 4명을 필로폰 밀수와 거래 등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신원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대만 측 필로폰 공급총책 서 모씨에 대해 대만 현지 사법 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압수하지 못한 8kg가량의 필로폰 행방도 추적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운반책 황 씨는 대만 총책 서 씨의 지시를 받아 올 9월 말 수납장에 숨긴 필로폰 약 16㎏을 홍콩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화물선에 실어 밀반입했다. 이후 황 씨는 10월 중순 필로폰 8kg을 판매책인 대만 조직폭력배 서 씨를 통해 일본 조직폭력배 이 씨와 N 씨에게 판매했다. 이들은 나머지 8kg의 필로폰도 서 씨를 통해 판매하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 일당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서로의 신분을 모르는 운반책과 판매책을 대만에서 한국으로 보냈다. 운반책과 판매책은 1000원짜리 지폐의 일련번호를 접선 암호로 이용했다. 판매책은 대만 총책 서 씨에게 자신이 소지한 1000원짜리 지폐의 일련번호(사진)를 찍어 SNS로 전달하고 대만 총책 서 씨는 이 사진을 다시 한국에 있는 운반책에게 보냈다. 운반책은 판매책을 만나 자신이 받은 사진과 판매책이 가져온 지폐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마약을 주고받았다.

접선 장소는 대담하게도 번화가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노상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마약 거래는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 사건은 오히려 사람 왕래가 잦은 강남 한복판을 접선 장소로 활용해 이목을 피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뒤 관세청과 협력해 관련자 동선 파악, 필로폰 밀수 경로, 공범 등에 대한 공조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해외 폭력조직이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해 국내에서 필로폰을 유통하려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 폭력조직원끼리 직접 마약류를 판매하다 적발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일부 필로폰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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