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한 모유 먹였는지도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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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주치의 모유 수유 권장…상당수 산모 직접 먹이거나 전달
이송, 퇴원 신생아 4명선 로타바이러스

경찰은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4명이 숨진 게 모유 수유 때문인지 조사하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주치의였던 이화여대 조모 교수(44·소아청소년학과)가 미숙아 부모들에게 모유 수유를 권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미숙아들이 먹은 모유가 변질돼 감염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유족 등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산모 상당수는 조 교수의 권유에 따라 모유 수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숨진 신생아의 엄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모들은 매일 모유를 짜내서 얼린 뒤 의료진에게 갖다 주거나 신생아 중환자실 내에서 직접 수유했다. 유족들은 “모유를 얼려 저장한 뒤 녹여서 아기들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보의는 “미숙아는 장기가 불안정한 상태라 초유나 모유를 먹이지 않는 게 상식이며 미숙아용 분유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병원 측이 보관해 온 모유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원 등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 교수는 신생아 부모들에게 모유 수유 효과와 관련된 임상실험 동의서를 요구했다. 숨진 신생아 4명 중 2명의 보호자도 이 같은 요구를 받았다. 한 유족은 “작게 태어나 아픈 애들을 데리고 무슨 실험이냐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국모유수유학회 임원인 조 교수는 2011년 “미숙아에게 모유를 먹이는 게 영양가가 높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경찰은 사망 사고 후 이대목동병원에서 강남성심병원으로 옮겨진 남모 군(생후 25일)을 포함해 이송됐거나 퇴원한 신생아 4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대목동병원 측의 감염 관리가 적절했는지 조사 중이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신생아들이 숨지기 하루 전인 15일 로타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병원 측은 신생아 부모들에게 “환자를 바로 격리시켜 추가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신생아실에 있던 4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걸린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로타바이러스는 급성 장염을 일으키며 전염성이 강하다.

한 전문의는 “위장 내 로타바이러스가 횡경막, 폐로 퍼져 패혈증이 발생하고 심정지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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