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세아이 같은 경로 감염…혈액 통해 세균 번졌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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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 3명서 ‘항생제 내성균’ 나와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미숙아 4명 중 혈액 검사를 실시한 3명에게서 똑같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이들의 사망 원인이 같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일반적으로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띈다. 세균 분류법으로는 그람염색을 했을 때 음성에 해당하는 붉은색을 띠는 그람음성균에 해당한다. 세포벽이 얇아 습한 곳을 좋아한다. 건조한 피부 위에서도 살아남는 그람양성균과 비교하면 신생아실에서 옮을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2010년 대한소아과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지방의 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3474명 중 그람음성균 패혈증 환자는 37명(1%)에 불과했다. 환자 3명이 동시에 각기 다른 경로로 그람음성균 패혈증에 걸릴 가능성은 100만분의 1 수준이라는 뜻이다. 결국 숨진 신생아들은 같은 경로로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세 신생아의 몸에서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대체로 ‘광범위 베타락탐 분해효소(ESBL)’를 갖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항생제 대다수에 저항성을 보인다는 뜻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들이 똑같이 입원 전에 이 균을 몸속에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성인 패혈증 환자에게서는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된 사례가 간혹 있었지만, 집단으로 사망한 미숙아에게서 이 균이 나타난 전례는 국내에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트로박터균을 포함한 그람음성균은 급격한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잠재하고 있다. 신승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그람음성균에 의한 합병증은 초기 증상이 경미하고 진행이 빨라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4명을 부검한 뒤 공통적으로 소장과 대장 일부가 부풀어 있었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혈액을 통해 옮은 세균이 괴사성 장염 등 장내 질환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패혈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균은 요로나 음식물 섭취로 감염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증상이 환자마다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환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수액 등을 통해 세균이 혈액에 직접 주입되면 처음엔 극소수의 세균에 감염돼도 금세 배양실에 넣은 것처럼 번식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생아에게 주사할 영양제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기구 등에 묻어 있던 세균이 수액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녹농균은 습한 곳이라면 6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살아남는다. 비누, 세면대, 심지어 소독제에서도 서식한다. 의료진의 콧구멍이나 가래에서 검출될 때도 있다. 한 종합병원에서 병원체를 전반적으로 조사했을 때 중환자실에서 검출된 전체 세균 중 23%가 그람음성균이었다.

미숙아는 제각기 발달 상태와 필요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이 수액을 만들 때 멸균 공간에서 여러 영양제를 조합한다. 이 과정에서 멸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 수액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국과수는 “수액을 투약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오염된 주사기 등을 통해 세균이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미숙아들의 사망에 화학적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생아는 체내 염화칼륨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약제를 맞는데, 그 농도나 배합이 잘못돼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과수 양경무 법의조사과장은 “염화칼륨을 과량 투약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의무기록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물 과다복용 등 화학적 원인이라면 약간의 시차도 없이 곧장 사망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들이 호흡 곤란 등 증상으로 심폐소생술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16일 오후 5시 44분부터 오후 9시 8분까지 시차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일경 숨진 신생아들로부터 채취한 검체의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 기자
#이대목동병원#신생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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