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 음악치료 프로그램, 대전 ‘프레스토 색소폰 학교’ 주목
청소년 방황 끝내고 사회복귀 도와… 수료생 재범률도 절반으로 급감
6일 대전 동구 금성노인요양원에서 ‘색소폰 학교’의 찾아가는 콘서트가 열렸다. 노인들은 색소폰 연주에 흥겨운 한때를 보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보호관찰 대상자인 정모 군(18)은 충남의 한 파이프 회사에 취업해 두 달째 일하고 있다. 제품을 창고에 분리 정리했다가 주문에 맞춰 차량에 실어주는 꽤 고된 업무다. 그는 “방황의 시절을 보낸 내가 이렇게 고정된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 얼마 전 시작한 색소폰 연주가 큰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색소폰에 빠진 보호관찰 청소년들
대전준법지원센터(대전보호관찰소)와 대전지방검찰청 등이 2014년부터 운영 중인 ‘프레스토 색소폰 학교’가 청소년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사회복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프레스토·presto) 청소년기의 방황을 끝내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는 국내 최초의 보호관찰 청소년 음악치료 프로그램이다.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연소 상임감독까지 배출하면서 세계적인 빈곤 아동 음악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삼았다.
매년 5월 보호관찰 대상자 가운데 10여 명을 선발해 하반기 콘서트 개최를 목표로 매주 2시간씩 색소폰을 가르친다. 본인들이 원하면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베테랑 강사들이 개별 레슨까지 해준다.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우리가 무슨 음악이냐”고 시큰둥했다가 이내 연주에 푹 빠져든다. 2년째 지도한다는 이한솔 강사(24)는 “교육생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어떤 교육보다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는 시민을 초청해 콘서트를 열었지만 올해에는 봉사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복지시설을 찾아 연주를 들려줬다. 6일 금성노인요양원까지 네 번의 릴레이 콘서트를 모두 마친 이모 군(18)은 “어르신들이 우리의 연주에 기뻐하니 자긍심을 느낀다.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위한 봉사를 해보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연주 활동을 통해 보인 이들 청소년의 변화는 올해 연주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 그 자체였다.
정 군이 취업했을 뿐 아니라 고교를 중퇴한 이 군은 검정고시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 수시전형으로 대학의 항공정비과에 합격해 새내기의 꿈에 부풀어 있다.
○ 재범률 하락, 회복탄력성 증가
재범률도 크게 줄었다. 3년간 색소폰 학교 수료생 36명 가운데 다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2명(5.5%)으로 청소년 평균 재범률(10%)에 비해 크게 낮았다. 대전준법지원센터 이경희 소년주무계장은 “수료생의 경우 재범을 했더라도 전과 달리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료생에 대한 심리테스트 결과, ‘회복탄력성’은 160.78점에서 179.89점으로 높아졌다. ‘자기조절능력’과 ‘긍정성’, ‘대인관계능력’도 각각 쑥쑥 올랐다. 색소폰 학교는 후원이 끊겨 한때 운영난에 봉착했다. 하지만 전국자원봉사연맹, 장충동왕족발 신신자 대표(법사랑위원대전지역연합회부회장)의 후원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강사 지원 등으로 되살아났다. 6일 콘서트에 참석한 금홍섭 평생교육진흥원장은 “수료생이 평생교육원에서 더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우제 준법지원센터장은 “법무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보호관찰 청소년을 밀착 관리하는 각종 대책을 추진 중인데 색소폰 학교는 아주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보다 질 높은 사법서비스 제공을 위해 예산과 인력 보강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의 보호관찰관 1인당 지도감독 인원은 13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27.3명)의 5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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