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35)가 장애 딸 치료에 써 달라고 보낸 돈을 받아 호화 생활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부문화연구소가 “기부 문화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16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사실 기부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 우선순위에 밀려있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이번 기회로 같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과 같이 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씨는 딸의 친구인 여중생 A 양(14)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기부금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가 외제차 등을 타고 다닌 것으로 밝혀져 기부금으로 호화 생활을 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월에는 ‘새희망씨앗’이라는 단체가 결손아동을 위한 기부금을 횡령한 사건도 있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이 단체가 모은 기부금은 128억 원이었으나, 실제 불우아동에게 돌아간 돈은 단 2억 원뿐이었다.
두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기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수술비 보태라고 받은 기부금으로 외제차를 모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분간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사진=이영학 씨 트위터 캡처
그러나 안 소장은 이러한 사건들이 기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그는 “사람들이 주로 기부를 하는 동기 넘버원이 자기가 낸 돈이 사회변화라든지 개인의 경우에는 변화가 있을 때 그것이 선순환 되어서 기부 문화가 사는 것이다”라며 “그런데 저희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 같은 것들을 보면 어떻게 사람들이 반응할까. 특히 미디어 같은 데서는 어떻게 반응할까. 어떤 해법들을 담론을 통해서 낼까 등 이 사건이 시사하는 점이 많고 많은 데이터를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부정적인 사건으로 기부가 중단되거나 기부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기부 선진국 같은 경우는 이런 사건들이 더 큰 사건도 있고, 비슷한 사건도 있는데 반응 속도를 보면 시간이 좀 걸린다. 1년이나 1년 반 뒤에 기부금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반응이 짧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이 현장을 지난 몇 주 동안 모니터링 해보니까 아직까지 큰 변동은 없지만 좀 더 두고 봐야 된다. 그렇지만 미디어에서 기부 포비아라든지 이런 단어까지 써서 대응하는 방법은 별로 좋은 방법 같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기부금 사용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정부, 단체, 미디어는 물론 실제 기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자의 권리도 있지만 책임과 의무가 지금에서부터 대두되고 있다”며 “어느 한 분야가 이런 얘기를 할 게 아니라 모여서 담론을 하고 솔루션을 찾아야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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