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서 한국-베트남 새 역사 함께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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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립예술단이 5월 경주문화엑스포공원에서 열린 ‘호찌민의 날’ 행사에서 베트남 전통무용을 공연하고 있다. 경주문화엑스포 제공
호찌민시립예술단이 5월 경주문화엑스포공원에서 열린 ‘호찌민의 날’ 행사에서 베트남 전통무용을 공연하고 있다. 경주문화엑스포 제공

“호찌민 도심에서 우리나라 문화행사가 열려 무척 기다려집니다. 국격을 크게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호찌민시 한인타운에 사는 교민 김태언 씨(38)는 호찌민-경주문화엑스포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말했다. 호찌민 교민은 약 8만 명이다. 롯데레전드호텔 사이공 송중구 총지배인은 “롯데그룹이 베트남에 장학사업 등을 벌이며 우호협력 관계를 쌓고 있는 상황에서 엑스포가 열려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국 베트남 1000년 인연 계승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11월 11일 개막해 12월 3일까지 23일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다. 30개국이 참여하며 서울 부산 대구 충남 충북 제주 등 7개 광역지자체가 공연단을 보낸다.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10, 11일)를 위해 베트남을 찾는 문재인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호찌민시 중심에 자리 잡은 시청 앞 응우옌후에 거리를 중심으로 9·23공원, 시립미술관, 오페라하우스, 호아빈극장 등 행정기관과 주요 관광지가 밀집한 곳이 행사장이다.

개막식은 11일 오후 6시 응우옌후에 거리 특설무대에서 ‘오랜 인연 길을 잇다’를 주제로 열린다. 양국은 올해 수교 25년이지만 인연은 1000년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는 얘기를 개막식에 담았다.

8세기 구도의 길을 떠난 신라 승려 혜초는 배를 타고 베트남에 도착했다. 베트남 리왕조(李王朝·1009∼1225년) 때 고려에 정착한 왕자들은 화산 이씨와 정선 이씨의 시조가 됐다. 정선 이씨 시조인 리왕조 왕자가 900여 년 전 첫발을 디딘 곳이 경주다.

화산 이씨 시조 이야기는 뮤지컬 ‘800년의 약속’으로 풀어낸다. 개막 공연은 이 같은 뿌리를 바탕으로 ‘인연’ ‘사랑’ ‘미래’의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안경환 한국베트남학회장(조선대 교수)은 “베트남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딛고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베트남, 한국에 대한 깊은 신뢰”

주행사장인 응우옌후에 거리에는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찌민(胡志明·1890∼1969) 동상이 서 있다. 그만큼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공간이어서 아무 행사에나 개방하지 않는다. 바로 이 거리에 1km 길이의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11일간 각종 공연과 행사가 펼쳐진다.

메인 무대인 9·23공원은 호찌민이 이끄는 베트남 공산당이 프랑스에 항전을 선포한 날을 기념하는 장소다. 꽃 2만5000송이로 만드는 ‘빛의 정원’은 엑스포를 마치면 호찌민시에 기증한다. 박노완 호찌민 총영사는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이 한국을 진정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호찌민시 심장부에서 오랜 기간 문화엑스포가 열리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 홍보대사인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블락비는 벌써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교류협력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한-베트남 경제협력 포럼을 비롯해 150개 기업이 참여하는 우수상품전, 19개국 업체 300여 개사가 참여하는 식품박람회, 수출상담회, 경제바자르 등 10여 개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이번 엑스포는 양국 관계를 모든 면에서 더욱 성숙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열리는 만큼 그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베트남#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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