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청소년 문제는 가정교육의 문제… 올바른 인성 심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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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권 울산 孝사관학교장

홍순권 울산 효사관학교장이 효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홍순권 울산 효사관학교장이 효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14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함월관 대강당. 60대 이상 중장년 100여 명이 울산 정토사 주지 덕진 스님에게서 효(孝) 강의를 듣고 있었다. 덕진 스님은 불교 교리에 나오는 효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사)효사관학교 제12기.

울산 남구 장생포동 옛 울산해양경찰서에 사무실을 둔 효사관학교는 ‘효가 바로 서야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바로 선다’는 취지에서 2012년 4월 설립됐다. 학교 이름도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효 지도사를 양성하는 학교’라는 의미에서 사관학교로 명명했다.

효사관학교는 3월과 8월 등 1년에 2기씩 모집한다. 1기당 모집 인원은 150명으로 교육과정은 일주일에 두 번씩 총 10주다. 현재의 12기는 지난달 29일 입학해 11월 9일까지 수업을 한다. 실내교육은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에서 이뤄지고 야외수업은 지역사회를 바로 알기 위해 울산상수도사업본부와 울산보건환경연구원, 울산박물관 등에서 이뤄진다.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임시수도기념관, 울산항만공사, 고리원전 등도 방문한다.

효사관학교 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홍순권 교장(76)이다. 육사 22기 출신인 홍 교장은 울산에서 1986년 6월부터 1년 6개월간 연대장을 지낸 인연으로 1992년 예편한 뒤 고향인 강원 원주 대신 울산에 정착했다. 2010년에 무공수훈자회 울산지부장을 맡았던 홍 교장은 울산보훈회관 내 강의실이 비어 있는 날이 많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았는데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게 없을까’를 고민하다 울산보훈단체연합회 서진익 회장(85)의 도움으로 효사관학교를 설립했다.

홍 교장은 “각 가정과 지역사회의 노인들이 ‘어르신’이 아닌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효사관학교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청소년 문제들도 모두 효 사상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청소년에게 효 사상을 교육해 부모를 공경하고 이웃 어른을 존경할 줄 아는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면 친구를 때리거나 따돌리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문제의 대부분이 학교가 아닌 가정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게 홍 교장의 설명이다.

홍 교장은 “어른들이 집안에서 자녀들에게 효도를 받고 지역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효도 받을 준비와 행동을 해야 한다”며 “그런 준비와 행동을 효사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기까지 효사관학교 졸업생은 총 1112명. 이 가운데 100여 명은 효 지도사로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효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울산지역 137개 학교, 1030개 학급이 효 지도사의 수업을 받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10분의 1인 100개 학급밖에 수업을 못 한다. 강사 수당이 1인당 4만 원인데 울산시교육청의 지원이 400만 원에 불과한 탓이다.

홍 교장은 “울산시 관련 조례와 인성교육 진흥법에 근거해 효 지도사 강사 수당을 구군에서도 지원해주면 많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사관학교 입학 문의 052-243-6688.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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