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예술인 단체 ‘김광석 길’새단장 두고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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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기반 확충-환경 개선 위해 벽화 일부 교체하고 빛바랜 색 바꿔
조성 초기 참여 작가들 반발나서… 중구 “열린 공간 위해 협의할 것”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벽화거리를 걷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벽화거리를 걷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와 예술인단체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길) 관광기반 개선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업 공고에 지방자치단체가 작품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2년 후 개선이 필요하면 수급자 동의 없이 철거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 때문이다.

김광석 길(길이 350m, 폭 3.5m)은 2010년 가수 김광석이 방천시장 인근에서 태어난 데 착안해 조성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門前成市·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것이 계기다. 벽화는 2010년 90m 구간에 처음 조성하고 2011년 150m, 2013년 110m 구간에 추가로 제작했다. 2014년 새롭게 단장했다. 사업 보조금 액수가 크지 않아 수의계약이 가능했다. 참여 작가와의 협의도 순조로웠다.

중구는 연말까지 2억여 원을 들여 김광석 길 기반 확충과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 100만 명,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 100선’ 2년 연속 선정으로 전국적인 명소가 됐지만 기존 벽화와 콘텐츠가 길게는 7년이나 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골목 벽화는 기존 47점 가운데 25∼30점을 교체하거나 빛바랜 색을 바꾼다. 북쪽과 남쪽 입구에 상징조형물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주제로 훈련소로 가는 열차도 제작한다. 공모는 14일까지다. 대구에 사무실이 있고 디자인과 건축, 미술(조형물) 관련 사업등록자,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등이 입찰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김광석 길을 조성할 때 참여한 작가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와 독립문화예술단체 인디053, 니나노프로젝트예술가협동조합 등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모는 예술인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협의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며 “창작의 본질을 흐리고 예술인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중구에 저작권이 넘어가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작품의 성과가 빛이 바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전국의 문화예술인 2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김광석 길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원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겠다”며 “도시재생 및 공공예술사업에서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대응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이번 사업이 수의계약(2000만 원) 규모를 넘기 때문에 공개 입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선정되면 협상을 하고 계약을 맺어 벽화 등 창작품의 자율성과 예술성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벽화 가운데 작품성이 뛰어나고 시민과 관광객의 반응이 좋으면 보존하거나 다시 그리기로 했다. 훼손이 심하고 선호도가 낮은 작품은 우선 교체할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초기 참여 작가에게 사업 때마다 예산 상황에 맞춰 배려를 했다”며 “김광석 길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도록 협의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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