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퇴진” vs “법관회의 불공정”… 두 쪽 난 사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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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익명게시판에 경쟁적 글 올려… “판사들 민낯 드러나 참담” 자성론도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이후 사법부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2일 현직 법관들만 글을 쓰고 열람할 수 있는 법관회의 익명게시판에는 법관회의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글이 경쟁적으로 올라왔다.

법관회의를 지지하는 측은 일부 판사들이 회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음모론을 제기했다. 19일 법관회의가 끝난 직후 게시판에는 “논의과정이 가감 없이 담긴 속기록을 보고 싶다”, “법관회의가 회의 내용은 비공개하면서 표결은 공개 거수 방식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한 판사는 “특정 언론에 게시판의 법관회의 관련 글이 보도된 경위에 대해 대법원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일부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진을 거론했다. 22일 오전 한 판사는 게시판에 양 대법원장의 직책을 생략하고 “양승태 씨는 즉각 대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외압의 당사자로 드러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의 실명을 언급하며 “우리 판사실에 와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면 되겠다”고 조롱하는 글도 있었다.

양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법관회의를 옹호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온 사실이 22일 낮 한 언론에 보도되자 또 다른 음모론이 제기됐다. 한 판사는 “퇴진 요구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언론 기사가 올라왔다. 일부 판사와 해당 언론의 호흡이 시종일관 완벽하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언론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상호 비방이 가열되자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58·15기)은 게시판을 통해 “특정인에 대해 민형사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문제가 될 수 있는 글은 자제하라. 문제가 되는 글은 보관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법원 내부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가 많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판사들 수준이 이 정도여서야, 국민들이 법원을 믿고 재판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권오혁 기자
#사법부#대법원장#퇴진#법관회의#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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