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못쓰고 돌아온 아들의 용돈 5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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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거라도 사먹지…”
세월호 타고 수학여행 故백승현군 학생증-지갑 등 1103일만에 귀환

수학여행 가서 쓰라고 어머니가 준 5만 원은 결국 쓰지 못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 백승현 군(당시 단원고 2학년)의 유품인 현금
 5만 원, 학생증, 1회용 렌즈, 금융기관 체크카드 등을 찍은 사진. 23일 오후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임영호 씨 페이스북 캡처
수학여행 가서 쓰라고 어머니가 준 5만 원은 결국 쓰지 못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 백승현 군(당시 단원고 2학년)의 유품인 현금 5만 원, 학생증, 1회용 렌즈, 금융기관 체크카드 등을 찍은 사진. 23일 오후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임영호 씨 페이스북 캡처

아들의 유품이 수학여행을 떠난 지 3년 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 도중 발견된 경기 안산 단원고 당시 2학년 8반 고 백승현 군의 여행용 캐리어와 지갑, 학생증, 교복, 그리고 ‘쓰지 못한 용돈 5만 원’이 22일 안산의 가족에게 인계됐다. 참사 1103일 만이다.

백 군의 유류품은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 씨가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유류품 중에는 백 군의 어머니가 수학여행 가서 쓰라고 용돈으로 쥐여준 5만 원이 있었다. 1만 원짜리 지폐 다섯 장은 3년 동안 물에 잠겨 있었지만 끝부분이 검게 물들었을 뿐 그대로였다. 당시 챙겨갔던 20개들이 일회용 렌즈는 참사 당일 썼는지 2개를 제외하고 18개가 남아있었다. ‘백승현’이라는 이름과 얼굴 사진이 선명한 학생증, 지갑도 고스란히 돌아왔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떠 새로 산 티셔츠 2장과 신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조련사가 꿈이었던 백 군의 시신은 3년 전, 참사 20일 만인 5월 6일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백 군의 부모는 여행가방을 비롯한 유류품을 아들의 방에 두기로 했다. 백 군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학여행 가기 전에 용돈으로 현금 5만 원을 주고 은행(계좌)에 따로 더 넣어줬는데, 맛있는 거라도 사 먹지…”라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자원봉사자 임 씨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대선에 묻혀가지만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와 함께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분, 승현 군의 부모님,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께 계속 따뜻한 관심을 가져 달라”는 글을 올렸다.

수색 일주일째인 24일 그동안 발굴한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신발, 가방을 비롯한 각종 유류품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까지 발견된 유류품은 뼛조각 305점을 제외하고는 253점. 그중 주인을 되찾은 유류품은 모두 17점이다.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유류품은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세척과 탈염 같은 보관처리 과정을 거쳤다. 옷, 신발, 가방을 비롯한 일반 유류품은 소유자를 확인한 뒤 본인이나 가족에게 넘겼다. 인양 및 선체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6대와 디지털카메라 같은 전자장비는 복구 작업을 위해 민간 전문기관에 맡긴 상태다.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맡고 있는 ‘모바일랩’의 이요민 대표는 “복구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데만도 2∼3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주인을 찾지 못한 유류품은 담당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진다. 이날까지 목포시가 받은 유류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시는 유류품마다 순서대로 6개월간 시 홈페이지에 습득 공고를 하고 주인이나 가족이 나타나면 인계한다. 6개월이 지나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국가에 귀속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목포=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세월호#유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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