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의 뉴스룸]서울시교육청의 참 ‘신통한’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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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참 신통한 곳이다. 특히 ‘인사(人事)’와 관련된 것이 그렇다. 시교육청에는 괜찮은 자리가 난다 싶으면 항상 ‘내정설’이 도는데 신통하게도 딱 들어맞는다.

지난해 10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비서실장 조현우 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때다. 믿을 만한 시교육청 관계자가 지나가는 말처럼 후임 비서실장에 L이란 사람이 내정돼 있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검색을 해봤다. 하지만 나오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L 씨의 이름을 치면 네이버 인물검색에 말끔하게 정리된 사진과 프로필이 뜨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L 씨는 포털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다행히 검색을 계속하다 보니 L 씨 이름이 저자로 돼 있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저자 소개를 보니 ‘10여 년을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사무직 노조운동에 앞장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하는 ‘외도’를 했고 다시 친정인 금융업계로 복귀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어디를 봐도 교육이랑 관련된 경력이 없는데 이분이 그분 맞나?’ 반신반의하며 10월 1일 보도한 당시 조 비서실장 구속 관련 기사에 한 줄을 추가했다. ‘공석인 조 전 비서실장 자리에는 동향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 L 씨의 내정설이 돌고 있다’라고.

그리고 지난달 20일, 시교육청이 발표한 비서실장 임용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그 사람이 진짜 비서실장이 돼 있었다. 참으로 신통했다. 6개월 뒤에 있을 인사를 반 년 전에 맞히다니!

놀라운 일은 또 있었다. 지난해 여름, 취재 중 만난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곧 조감(교육계 사람들은 조 교육감을 이렇게 부른다) 정책보좌관 자리가 날 건데, 그 자리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출신의 H 씨가 채용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채용공고도 안 떴는데 누가 될지를 어떻게 아세요” 하고 묻자 그 관계자는 “그냥 두고 보면 알 것”이라 말했다. 결과는? 물론 예언 적중이다.

자, 이쯤 되면 결론은 둘 중 하나다. 교육계 인사들이 단체로 어마어마한 ‘신기(神氣)’를 지니고 있거나, 아니면 교육청의 주요 보직 인사가 몇몇 윗선의 입맛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임기제공무원은 경력경쟁임용시험을 통해 공개 채용하도록 돼 있음에도 말이다.

바깥사람인 기자도 아는데 교육청 내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공무원, 특히 보수적인 교육계에서의 승진은 쉽지 않다. 한 단계 승진을 위해 엄청난 연수를 받아야 하고 고과를 쌓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잘 못 가는 자리에 그렇지 않은 누군가가 간다? 아마도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좋은 교육을 하는 게 중한 게 아니다. ‘코드’를 맞추고 ‘라인’을 타야 한다”고.

최근 시교육청에는 또다시 흥미로운 내정설이 돌고 있다. 이번엔 정책안전기획관 자리다. 아직 비지도 않은 이 3급 공무원 자리는 서울시 교육정책 방향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과 책무의 자리다.

이 자리가 7월에 바뀔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H 씨가 온다는 소문이 돈다. 최근까지 4급 임기제공무원으로 조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H 씨는 신임 비서실장 L 씨가 오자 사표를 냈는데 이게 정책안전기획관 자리로 가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게 소문의 골자다. 이번에도 시교육청의 내정설은 ‘신과 통할(神通)’ 것인가? 음. 그런데 과연 그 신(神)은 누구인 걸까.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서울시교육청#경력경쟁임용시험#일반임기제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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