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부산항 신항 제2배후도로’ 공사로 두 동강 난 진해 마을

  • 동아일보

4일 오전 부산항 신항 제2배후도로의 굴암터널 입구에서 대장마을(대다복마을) 주민 정봉용 씨(오른쪽)와 김진도 씨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정 씨 오른쪽이 대장마을, 김 씨 뒤쪽 멀리 보이는 곳이 대다복마을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4일 오전 부산항 신항 제2배후도로의 굴암터널 입구에서 대장마을(대다복마을) 주민 정봉용 씨(오른쪽)와 김진도 씨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정 씨 오른쪽이 대장마을, 김 씨 뒤쪽 멀리 보이는 곳이 대다복마을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산업에 필요한 도로는 내야지요. 그러나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은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1동 대장마을 주민 정봉용 씨(65)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 씨를 이처럼 분노하게 만든 이 도로는 ‘부산항 신항 제2배후도로’다. 대장마을은 북쪽으로는 굴암산(633m), 동쪽으로는 미봉산(400m), 서쪽으로는 계산(149m)이 병풍처럼 감싸고 남쪽으로는 마천일반산단과 웅동경제자유구역, 부산항 신항이 펼쳐져 있다.

 문제는 제2배후도로의 한 구간으로 굴암산 아래 뚫린 길이 3.3km의 굴암터널이 대장마을과 이웃한 대다복마을을 두 동강 냈다는 사실이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2014년까지 대장마을 주민들은 대다복마을 농경지에 배추농사 등을 지었다. 그러나 굴암터널이 생기고 고속도로가 가로지르면서 대다복마을로 가는 진입로가 없어졌다. 농사를 짓기는커녕 주민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대장마을 집터와 대다복마을 논밭을 연결하는 접근로가 절실하고 고속도로 주변의 안전 관리가 시급하다고 한다.

 정 씨 등은 “집 짓고 농사지으며 살 수 있도록 굴암터널 회차로에서 곧바로 대다복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뚫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는 기존의 마을도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냈지만 마을 주민들은 “급경사여서 농기구는 물론이고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터널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완만했던 대다복마을로의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져 사람이 걸어 오르기도 힘들 정도다. 마을도로 옆 법면(法面·경사면)도 ‘깎아지른 절벽’ 같다.

 대장마을 주민 김진도 씨(59)는 “건설사에서 도로를 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주민들 주장대로 회차로에서 진입하려면 토목공사로 인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

 이날 현장을 살펴본 조규성 한국도로공사 창원김해건설사업단장은 “진입로 공사가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다”며 “시행사 등과 논의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장마을에서 대다복마을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 회차로 방향으로 진입하는 도로 역시 급경사다. 주민들은 “경사도가 45도쯤 된다”며 “과거처럼 완만하게 선형을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와 롯데건설 측은 “경사도는 25도 정도이며 선형을 개량하기가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진입로 폭은 넓히기로 했다. 진해 출신인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현장 관계자들에게 민원 해결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복마을에 집을 짓고 살 예정인 석종근 씨(56)는 “국가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그늘을 적극 해소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 등을 방문해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총연장 15.26km인 이 고속도로는 남해고속도로 진례 분기점에서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의 부산항 신항 물류단지까지 곧바로 연결된다. 특수목적법인인 부산신항 제2배후도로㈜(대표 손이정)가 국토부와 계약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인에는 롯데건설 두산건설 쌍용건설 등 10개사가 참가했다. 30년간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준공식은 12일 오후 2시 진해영업소 광장에서 열린다. 전체 공정이 늦어져 건설사들이 강행군을 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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